[헤럴드경제=홍성원ㆍ김기훈ㆍ박수진 기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현안인 가운데, 국가정보원 스마트폰 해킹 의혹이 중첩되면서 여야 협상은 22일 안갯속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ㆍ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밤 늦게까지 마주해 현안 조율에 나섰으나 합의엔 실패해 이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들간 줄다리기 협상이 예고된 상태다.
여야는 모두 추경과 국정원 해킹 의혹을 연계하진 않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론 이들 사안에서 양측이 주고 받는 형태로 한 발씩 양보하는 ‘일괄 타결’ 방식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각 당이 중점 현안으로 삼고 있는 걸 얻어내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새누리당은 추경 국회 통과에, 새정치연합은 해킹 의혹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접점은 이 지점에서 도출될 여지가 있다.
우선 추경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오는 24일 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어서 마음이 급하다. 이 당의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 “추경은 23, 24일에 처리하기로 했다”며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이 11조8000억원인 정부의 추경 원안 가운데 세입경정에 해당하는 5조6000억원의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합의의 틈새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야당의 협상 실무자인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 협상 타결 실마리의 일부분을 제시해 주목된다. 그는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정부ㆍ여당이 필요하다고 보니 일정 부분이라도 감액하고, 세수결손이 4년 연속 반복되고 있는 데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날 협상 내용을 전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애초 방침이었던 세입경정 전액 삭감을 고수하지 않는 대신 고질적인 세수결손을 막을 안(案)을 내놓으라고 여당에 ‘출구’를 열어 둔것이다. 여기엔 법인세 정상화 등이 거론된 걸로 알려졌다.
다만, 새누리당은 법인세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로 예정된 김무성 대표,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기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여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가 추경 관련 야당 측 입장을 감안해 정부ㆍ여당의 ‘스탠스’를 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중 야당 주장이 수용되면 내일이라도 (추경 처리를) 할 수 있다”며 “정부ㆍ여당이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해서도 타협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야당이 국정원 해킹 의혹 관련 자료제출, 정보위 차원의 비공개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이 검찰 수사 촉구 결의문 채택을 제안해서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우리는 이 사건을 수사를 통해 밝히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문 정도라도 여야가 같이 만들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게 흘러가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 사회단체가 해킹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피고발인으로 해 검찰에 고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검찰로선 고발장이 접수되면 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선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면서 ‘정치적 손해’가 많지 않은 검찰 수사 촉구 결의에 동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hong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