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김연아 기자]병원마케팅은 어렵다. 크리에이티브만이 아니라 강도 높은 시장의 룰(의료법)을 우회하는 기획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보다도 까다로운 '전문분야'의 마케팅일 뿐 아니라 건강, 생명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쉽게 말해 카피 한 줄 만드는데도 소비자의 이목만큼이나 의료광고 심의기관과 보건당국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의료기관간 경쟁도 날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소규모의 바이럴마케팅으로부터 기업화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존전략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출 비법' 같은 것을 말하는 병원마케팅계의 폐단을 지적하며 마케팅의 본질과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광고대행사 '오월의나무'를 만나봤다. 정진서 대표가 생각하는 병원마케팅이란 어떤 것일까. 다음은 정진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오월의나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오월은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다. 푸른 변화와 더불어 나무의 '성장'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아 오월의나무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 뿌리기식 광고대행 업무 위주의 의료마케팅계에 병원과 의원, 한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의 기획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좀 더 고민하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광고를 포함해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담긴 의료법을 감안하면, 병원마케팅은 기업마케팅과도 다른 측면이 있기에 마케팅 행위나 과정 자체에 대한 각별한 컨설팅이 기획과정에서 요구된다. 또한 소위 ‘인쇄업체’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의료계의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비전도 가지고 있기에 오월의나무는 마케팅믹스 위주의 기존 광고회사와는 다른, 마케팅 디자인 그룹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갖고 가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마케팅=바이럴마케팅’이란 공식이 통용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전문적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평가에 의존하는 매우 독특한 전문분야라는 의료분야의 속성이 온라인상의 입소문을 목표로 하는 바이럴마케팅과 매우 잘 맞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바이럴마케팅의 운용 방식이다. 모바일 환경까지 고려하면 이미 정보통신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다. 자생적인 입소문을 만들어내기 위한 마케팅 프로젝트가 당연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를 위한 기획 과정은 빠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인위적인 가공의 입소문을 생산해내고, 이를 강제로 노출하기 위한 상위노출 기법만이 주목받는 풍토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오월의나무가 갖는 문제의식이다. 상위노출의 현실적인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만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접근이다. 포털에서의 검색을 통한 상위노출만이 바이럴 마케팅의 모든 것이 아닐 뿐더러, 어차피 모든 병원이 상위노출 될 수는 없다. 우리 병원만의 기획을 뽑아내고 꾸준히 알리는 과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월의나무는 모든 병원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원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기획과 디자인을 원하는 의료기관과의 프로젝트를 선별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을 지향한다.▲ 오월의나무가 생각하는 병원마케팅이란?현재 국내 병원마케팅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최소한의 기획과정마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병원마케팅에도 브랜드 기획과 같은 본격적인 기획이 있지만, 카타로그 기획과 같은 작은 기획도 있다. 모든 병원들이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을 하지는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결국 병원마다 모두 다른, 병원의 특색에 맞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역 중심의 동네 병원은 서비스 위주의 마케팅만 해도 충분하다. 이외의 마케팅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관여도’라고 할 수 있다. 진료수가가 높거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나 증상일 경우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비교검증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병원이 기업과 같은 브랜드마케팅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이미 브랜드가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면 선택과정에서 우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통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광역 마케팅이나 전국구 마케팅이 요구되는, 관여도 높은 치료를 진행하는 의료기관들은 좀 더 신중한 마케팅 기획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브랜드마케팅은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기획'이라는 것이 참 막연한 말일 수 있는데, 결국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왜 다른 병원이 아니라 우리 병원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병원마케팅에서 꼭 피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가?무분별한 후기성마케팅, 의료법 위반, 단순 뿌리기식 마케팅, 이런 것들은 병원에서도 잘 알고 있는 금기사안들이다. 이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무엇보다도, 여러 가지를 다 잘한다고 하는 식의 마케팅이다. 이는 오히려 해당 의료기관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돋보이게 하는 기획과 디자인은 세상에 없다. 경중을 인정하고, 중요한 것들이 잘 전진배치 되었을 때 이외의 것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된다.근시안적인 계획과 대처도 문제다. 1년 후 2년 후와 같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라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당장의 매출에만 집착하다보니 자꾸 상위노출과 같은 근시안적인 마케팅에만 투자하게 된다.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해야 한다. 급한 것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구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광고예산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병원마다 다 다른 예산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분명한 점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만 힘을 쏟기보다는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병원이 잘 될 때 그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 오월의나무의 전략으로 알려진 333마케팅이란?333마케팅은 계몽을 위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과 실행, 광고효과분석에 이르는 지극히 당연한 절차들이 상당부분 결여되어 있는 병원마케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의도도 없지 않다. 이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컨설팅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벤처인증도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333마케팅에 담겨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가 바로 이탈률 분석이다. 새로운 채널을 발굴해서 무엇을 알리냐가 마케팅의 시작이 아니다. 어느 부분에서 마케팅 누수가 일어나느냐, 즉 이탈이 일어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 그 부분만 해결해도 매출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그 부분이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알리다'에만 마케팅의 초점을 두면 안 된다. 생각해보라. 입소문이 나려면, 환자가 병원 방문 전 검색을 해보고,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전화를 하고, 내원을 한 후 원장을 만나고, 시술이나 치료를 받고, 만족을 해야 한다. 이 모든 접점에서의 이탈률을 늘 살펴야 마케팅에서 '효율'이라는 것을 따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의외로 이 부분은 마케팅을 돈 들여서 '왜' 하느냐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 국내 의료기관들이 주목해야 할 마케팅 환경은? 아무래도 의료기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이 익숙하지 않았던 온라인 마케팅 태동기에는 오프라인으로부터 온라인으로의 이동이 초점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의 분화가 시작되고 있다. 모바일이 그 화두다. 물론 PC를 위시한 기존의 인터넷 중심 온라인 채널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 검색이나 정보 열람 위주였던 모바일이 UI 변경 등을 통해 심층 검색 수요를 점진적으로 흡수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바일이든 PC든 온라인채널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두 채널이 모두 능동적인 채널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강제성이 없고, 광고 카피도 직선적이고 이해도가 빨라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모바일은 더욱 그렇다.모바일이 대세라는 사실 그 자체보다 바로 이런 모바일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이미 언급했지만,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마케팅이란 불가능하다. 모바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된다. 경중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차라리 흥미를 주고 그 다음에 더 읽게 하는 기획이 낫다고 볼 수 있다. 바야흐로 기획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 읽는다’라는 생각에서 기획이 시작되면 엉망이 된다. 오히려 ‘다 안 읽는다’라고 생각해야 좋은 기획이 나온다.기업과 마찬가지로 규모 있는 예산 투입이 가능한 의료기관이라면 오프라인 위주의 마케팅도 좋다. 광고의 예를 들어보겠다. 의료광고를 할 수 없는 방송 채널을 제외하고, 대중교통광고나 옥탑광고 등 오프라인 광고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강제 노출’이다. 온라인 광고처럼 능동적인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온라인에 비해 메시지의 심층적 전달력은 약할 수 있지만 브랜드를 알리거나 특정한 카피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좋다. 따라서 브랜드마케팅에 도움이 되며, 브랜드 가치 확산에 집중하는 기업들의 규모 있는 마케팅에 흔히 활용된다. 경쟁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의료기관 마케팅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마케팅으로 대표되는 브랜드마케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오프라인 광고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시선을 끌 수 있는 ‘카피’다. 흥미로운 점은 능동적인 채널인 온라인 위주의 광고 시장에서 많은 기업들이 상위‘노출’을 말하는 반면, 전통의 수동적 채널인 오프라인 광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목을 끌기 위한 ‘카피’ 제작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만 봐도 전통의 오프라인 마케팅은 ‘구식’ 마케팅이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 마케팅 분야가 오프라인 마케팅 분야의 발달된 유산을 추가적으로 더 흡수해야 한다고 과감하게 말하고 싶다. 소규모의 오프라인 마케팅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강조점은 그대로 적용이 된다. 지역중심 광고라 할 수 있는 지하철 출입구 광고나 전단지 광고라도 어떤 카피를 쓰느냐, 광고시안에서 주목도를 끌기 위한 화면 기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소비자의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오월의나무가 다른 광고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소위 말하는 업계의 현실을 따라가기보다는 업계의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기업이고 싶다. 마케팅 자체가 인력 중심 업태일 뿐 아니라, 병원마케팅계는 소매점 단위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력단가가 낮은 시장이고, 이에 따라 디자인 단가나 기획 단가가 기업마케팅 시장에 비해 낮은 편이다. 따라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받는 풍토가 만연되어 있다. 특정한 기업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풍토를 말하는 것이다. 고급인력에게 병원마케팅을 하고 싶겠냐고 반문한다면 좀 더 이해가 쉬우리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같은 풍토에서 차라리 이단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 오월의나무의 고집이다.▲ 병원마케팅이 기업마케팅과 무엇이 다른가?병원은 굉장히 특이한 곳이다. 브랜딩만을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적이고 자극적인 마케팅만을 하기에도 문제가 있다. 섬세한 제작과 기획을 위시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의료법에 저촉되는 부분도 살펴야 하고, 우리 몸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어 있는 고관여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이다. 따라서 정보탐색 기간이 굉장히 길고 프리미엄 서비스에도 관대하다. 외부마케팅만 잘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도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껍데기만 부풀려서는 안 된다. 병원 내부에 답이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기획적으로 매우 어려운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해왔다. 암을 치료하는 한방병원, 당뇨를 수술로 치료하는 방안을 알리는 프로젝트, 외과적 침술치료를 진행하는 한방병원, 이비인후과와 영상의학과가 함께 있는 국내최초의 의료기관 등 일반적이지 않은 곳을 담당해왔다. 모두 관련 시장 자체를 창출해낸 국내 최초의 프로젝트여서 인상 깊었다. 이미 그 질환에 대해 공인된 치료법이나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새로운 단어를 인식시켜야 했기 때문에 매우 어려웠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 과정에서 서양의학 의료기관과 한방 의료기관의 차이를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었던 점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많은 의료기관들이 고가의 의료장비에 매우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신규환자들이 보는 홈페이지나 마케팅에 대한 투자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치료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소비자에만 초점을 맞춰보자면, 고객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의료장비보다 바로 그 의료장비를 알리는 채널, 즉 신규환자들이 보는 마케팅 채널의 중요성도 크지 않을까? 의료장비에 대한 투자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권고다. 지금은 소비자가 병원을 접하는 접점 자체가 온라인으로 인해 앞으로 더 나와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찾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케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마케팅이 병원의 장점이나 잠재적 강점을 발굴하고 여기에 마케팅적인 가치를 입히는 마케팅의 본질을 넘어서는 경우, 쉽게 말해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식의 마케팅은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마케터들이나 기획자들은 결국 외인들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지만 그들은 날개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몸통이 아니다. 병원마케팅의 중심에는 반드시 의료인과 병원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 이는 진정성과 같은 윤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마케팅 자체의 성공여부에 맞닿아 있는 문제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의료기관과 마케팅 기업 간의 소통이다. 이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소통의 중심은 바로 상호 이해다. 의료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일만큼이나 마케팅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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