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고 청년고용 확대, 민생안정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에 나서기로 했지만, 추경이 실제 집행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와 국회는 방만한 재정운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국가재정법을 제정해 추경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추경 추경 편성안을 놓고 정치권의 논란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추경 편성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국회법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의 첨예한 대립도 추경 통과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6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모두 16차례에 걸쳐 세입결손과 경기진작, 자연재해 및 9ㆍ11테러 등의 피해지원을 위해 추경을 편성했는데 정부의 추경 편성안 제출에서 국회 의결까지 평균 38.3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경우 3일만에 국회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집행된 경우도 있었지만, 논란이 심화되는 경우 3개월 이상 걸리기도 했다.
추경안이 가장 신속하게 의결된 것은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재해대책 지원을 위해 4조1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경우로 정부가 9월10일 추경안을 제출해 3일만인 9월13일 국회 의결을 마쳤다. 2006년 태풍 에위니아 피해 지원을 위해 2조2000억원의 추경안을 제출했을 때에도 11일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2001년 9ㆍ11테러사태 관련 추경 1조6000억원도 12일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처럼 자연재해나 예기치 못한 대형사건의 피해지원을 위한 추경안은 국회를 신속하게 통과했으나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추경안은 국회 의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2000년 저소득층 생계안정과 의약분업, 구제역, 산불 등 현안관련 지원을 위한 추경의 경우 규모가 2조3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정부 제출(6월29)에서 국회 의결(10월13일)까지 무려 108일이나 걸렸다.
2008년 고유가 극복과 민생안정을 위한 4조6000억원 규모 추경안도 국회 의결을 거치는 데 89일이 걸렸고, 2001년 지역건강보험재정의 국고지원 확대와 의료보호 지원, 재해대책 예비지 증액을 위한 5조1000억원의 추경안도 73일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추경 계획의 경우 편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추경 규모를 밝힐 계획이었으나 ‘편성안이 없는 상태에서 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반발에 부딪쳐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등을 포함해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이라는 포괄적인 방향밖에 제시하지 못했다. 기재부에는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세부 편성내역을 만드는 것이 1차 과제로 다음달 초에는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추경 편성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에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인 새정치연합도 재정부담 정도와 편성내역, 재정개선 대책 등을 엄중하게 따진다는 방침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방안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메르스 사태가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로 인한 ‘인재(人災)’인데도 이로 인한 피해를 국민세금으로 막으려 한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질병 등 재난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과 시스템 정비 요구가 맞물릴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추경의 신속한 집행 여부는 정부가 얼마나 실효적인 추경안을 만들고 국민적 동의를 얻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