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억만장자에게 집은 부(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자신의 성향에 따라 꾸민 집은 편안한 휴식처가 된다. 그래서 수많은 부호들이 각자 자신의 성향에 어울리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자 킹덤홀딩스 회장인 알왈리드 빈 탈랄(Alwaleed bin Talalㆍ60)은 방만 420개인 저택에 살고 있다. 저택 안에는 수영장 두 곳과 테니스장도 마련돼 있다.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ㆍ70)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나라 돈으로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자신이 동경하는 일본풍 가옥으로 저택을 지었고, 테슬라(Teslar Motors)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ㆍ43)는 다섯 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고급주택을 190억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반면, 호화저택 등을 거부하고 집 없이 사는 부호들도 있다. 세계적인 갑부임에도 집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 집을 소유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ㆍ33)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집이 없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모르는 사람 집의 남는 방, 휴가를 떠난 사람의 빈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 체스키가 집을 소유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직접 만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매일 밤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잠자리를 바꾼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숙박계의 우버로 불리는 에어비앤비는 온라인에서 이용자의 빈집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자신의 방이나 집 등의 공간을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려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제공한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설립 5년째인 2013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현재 190여개국 3만개 이상 도시의 집(방)을 중개하고 있으며, 2013년 1월 한국에도 진출했다.

체스키 창업자가 두 명의 친구와 자신의 거실에 에어매트리스 3장을 깔고 ‘에어매트릭스와 아침식사’(Air Bed and Breakfast)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투숙객을 받은 게 에어비앤비의 시작이었다. 현재 세계 최대 숙박 공유서비스로 성장한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원)를 넘어섰다. 체스키 창업자의 자산도 포브스 기준으로 19억달러로 뛰었다.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의 최대주주인 니콜라스 베르그루엔(Nicolas Berggruenㆍ53) 베르그루엔 홀딩스 이사장도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집이 없다. 그 대신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면서 도착하는 도시의 호텔에서 숙박한다. 사업 성공으로 억만장자로서의 삶을 누리던 그는 처음에는 다른 부호들처럼 부를 마음껏 즐겼다. 미국 뉴욕과 플로리다 등에 고급주택을 구매했으며 소장 그림도 많았다. 그러던 10여년 전 어느 날 집과 고급차, 소장 미술품 등을 모두 팔아 버렸다.

호화스러운 집과 자동차, 별장이 자신에게 아무런 만족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관리개혁 등 사회 분야 변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르그루엔 거버넌스 연구소를 설립해 2010년 어려움에 처한 미 캘리포니아주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 1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도 아이폰과 정장 몇 벌 정도이다. 특히 옷은 종이백에 넣어 다닌다. 포브스 기준 15억6000만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는 베르그루엔은 사망 후 재산 90% 이상을 기부하는 운동인 ‘기빙플렛지(The Giving Pledge)’에도 가입했다.

미술관 소유주의 아들로 태어난 베르그루엔은 뉴욕대에서 재정학과 국제 비즈니스학을 전공한 뒤 1984년 투자 회사 베르그루엔 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20년간 각종 인수합병(M&A)을 통해 갑부가 된 그는 독일 유명 백화점 기업인 ‘칼슈타트’와 르몽드를 소유한 스페인 미디어 재벌 ‘라 프리사’의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호화저택이 아닌 여전히 작은 주택을 고수하는 청년 재벌들도 있다. 마이크로블로킹 사이트 텀블러(Tumblr) 창업자인 데이비드 카프(David Karpㆍ28)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160만달러짜리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카프의 자산이 2억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는 이 집은 소박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거실에도 탁자와 텔레비전, 소파, 침실에는 침대와 반쯤 빈 옷장만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회사 레오나르도(Leonardo Software)의 CEO 아론 패처(Aaron Patzerㆍ34)는 자산이 1억달러가 넘는 억만장자지만, 실리콘밸리 내 팔로알토 지역 56㎡(17평)의 방 하나짜리 소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아파트 안의 가구라고는 오래된 소파와 텔레비전 세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