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밴(VAN) 시장의 구조 개편을 통한 수수료 인하 요구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법은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밴 시장 구조 개편과 관련한 의원입법만 두 건이 발의돼 있지만 각종 현안에 밀려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련 업계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낮잠자고 있는 밴사 구조 개편=밴 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요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올라간다. 2012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이후 추가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선 밴사의 수수료를 합리화해야 한다며 2013년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VAN 시장 구조개선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해에도 국회를 중심으로 두 차례의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3년 밴 시장 구조개편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밴협회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구조개편 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으나 이후 흐지부지 됐다”며 “대형가맹점에 대한 리베이트 근절 요구에 대해서도 장비 및 시설, 부가서비스 제공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리베이트 지급을 대체하는 등 시늉만 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선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형가맹점 중심 리베이트 관행으로 밴 수수료 인하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중소가맹점 수수료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관련 입법안이 속속 올라왔다. 한 의원은 올 3월엔 공익 목적의 밴 지정 근거를 마련해 영세 가맹점을 위한 밴시장 구조개선을 촉진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새누리당의 유의동 의원도 4월에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 신용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하는 밴사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한 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종의 소상공인 전용밴 도입을 통해 밴사의 구조 개편 물꼬를 열어야 한다는 데에는 여ㆍ야 모두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입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다음 법안 소위에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업계에선 추진이 지지부진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워낙 급한 법안들이 많기 때문에 다소 밀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밴 업계의 조직적인 딴지에…금융당국은 뒷짐만?=이와 함께 밴사의 구조개편에 대한 움직임에 밴 업계가 조직적으로 딴지를 걸고 나선 것도 관련 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액 증가와 사업영역 확대 등 금융사업 부문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금융권이 추진하고 있는 공익목적의 공공사업 등에는 협조를 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사업 추진에 방해가 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업게에 따르면 여전법과 함께 밴 수수료 인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IC단말기 지원사업도 밴 업계의 딴지걸기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IC 단말기 지원사업과 관련,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신용카드ㆍ밴ㆍ가맹점이 비용을 분담하자는 신용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의 협조지원을 거부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여신금융협회가 한국신용카드 VAN협회에 영세가맹점의 단말기 설치 현황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영업기밀’ 등의 이유를 들어 자료 제공을 거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 추진 초기엔 비용분담도 거부하면서 조직적으로 방해만 하던 밴 업계가 최근 사정이 여의치 않아지자 오히려 자기네들이 무료로 단말기를 교체해주겠다면서 IC 단말기 교체에 따른 수수료 인하 효과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정경쟁규약 시행 이후에도 밴 수수료 합리화와 관련해 협의를 하자는 카드사들의 요구에도 밴사들은 ‘대형가맹점 장비 지원 등으로 비용이 줄지 않았다’며 협의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중재 역할을 하고 밴사 구조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금융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역시 밴사의 구조개편과 관련해선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도 밝히길 꺼려한다”며 “그러다 보니 관련 업계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상공인 전용밴 등) 아직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일단 국회 논의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