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유신헌법 반대 운동을 벌이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던 설훈(62) 새정치민주연합설 의원과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기각 결정을 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조차 하지 않고 원심 대로 확정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이처럼 심리조차 하지 않고 기각한 것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ㆍ무효지만, 당시 여기에 기반한 수사기관 내지 법관의 직무행위는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2014년 10월), “긴급조치 9호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정치적 책임만 있지 국민 개개인에 대한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2015년 3월)는 대법원의 앞선 판례에 따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국가는 설 의원과 그의 가족에게 총 1억42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작년 10월, 올해 3월 두차례 판례 이후 뒤집한 것이다.
설의원 케이스는 최근 6개월 간 긴급조치 9호와 관련된 11개의 국가배상 사건 상급심 중 원고 승소에서 패소로 결과가 뒤집힌 10번째 소송이다.
2010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ㆍ무효를 선언한 채 국가배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도를 하지 않았‘던 것을 지난해와 올해 대법원이 ’국가배상 책임 없음’으로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재경지법 민사법관은 “책임의 범위 등을 놓고 어느 시점에서 끊어줄 수 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고 국가 책임을 무한정 인정하게 된다면 재정 상황등을 고려했을 때 현세대가 살아가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이 훗날 위헌ㆍ무효라는 이유로 모두 배상하라고 한다면 간통죄 위헌 되기 전에 징역 산 분들도 배상해야 한다는 법논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모(60ㆍ여)씨는 1억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최근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에 대한 항의표시로 돈이 아닌 책임만을 묻는 ‘1원 상고’를 하기도 했다.
김희수 변호사는 “가해자는 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고 비판했고, 이상희 변호사는 “사실상의 판례 변경인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를 소부 선고로 이렇게 바꾼 것은 법원조직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긴급조치 9호에 의한 피해자들은 976명, 544건이다.
jin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