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김기훈 기자]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새누리당 의원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청와대가 입법부를 비아냥거리는 게 당청 갈등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하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애매모호한 법으로 입법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응수했다. 청와대의 선택을 지켜보는 여당 내의 복잡한 입장이 엿보인다.

정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과정을 떠나 여야 의원의 87%가 합의해 통과한 법”이라며 “청와대의 문제제기로 국회의장이 중재해 수정안을 만들어 보내는 등 국회에선 나름의 성의를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 보도를 보면 청와대 비서의 행태가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 자세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며 “글자 하나 수정에 그쳤을 뿐이라고 입법부를 비아냥거리는 건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과 관련, “잘못 본 게 아니면 (기존 개정안에서) 딱 한 글자 고쳤던데, 그렇다면 우리 입장 달라진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정치판을 깨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좋든 싫든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데 당청 갈등을 어떻게 풀려고 하는가”라며 청와대의 개정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이에 반박했다. 그는 “이건 대통령의 문제, 당청 문제가 아니다”며 “위헌요소가 있기 때문에 과거 정권에서도 이 조항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국회가 헌법을 위반하는 법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 딱 한 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법 자체가 애매모호하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은 강제성이 있다고 하고 국회의장은 강제성이 약화됐다고 한다”며 “애매모호한 법을 만들어 넘기면 현장에선 야당 뜻이 따라야 하나, 여당 뜻에 따라야 하나, 국회의장 뜻에 따라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의 이견처럼 청와대의 선택을 지켜보는 여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여야 지도부의 합의를 거친 중재안을 청와대가 거부하면, 여당 내에선 지도부를 상대로 당청 갈등을 야기했다는 반발이 거셀 조짐이다. 친박계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재의결 절차 없이 표류시키면 이번엔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는 파행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선택 폭이 좁다. 여당 지도부도 공식적인 언급 없이 우선 청와대의 결단을 기다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