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플립보드 등 ‘뉴스 큐레이션’ 자체 뉴스보다 기존 기사 모으고 재생산 미디어 산업의 중추로 떠올라
한국 ‘옐로모바일’·中 ‘투데이헤드라인’ 등 아시아서도 ‘큐레이션 부호’ 속속 등장
[헤럴드 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기자가 아니다. 어떤 사건이나 이슈를 취재해본 적도, 분석한 경험도 별로 없다. 대신 분야별 권위자ㆍ유명인의 칼럼을 끌어들인다. 기존 매체 뉴스 여러 개를 짜깁기 해 사진ㆍ동영상을 붙여 내보낸다. 독자는 필요한 뉴스만 묶인 패키지 서비스를 누린다. 뉴스 큐레이션(Curation)이다.
언론계 기존 구도를 뒤흔들며 ‘칼럼 백화점’ㆍ‘기사 마트’를 구축한 뉴스미디어 사업자는 최근 수년 간 급성장했다. 우리 돈 수천억 원에 팔리거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창립자들은 말 그대로 벼락부자가 됐다. 이들은 누구일까.
▶ 그리스 출신 작가, 블로깅으로 미국 여론을 거머쥐다= 허핑턴포스트는 뉴스 큐레이션 미디어를 대중에게 알린 초기 업체 중 하나다. 이름은 아리아나 허핑턴(65) 공동 창립자 겸 편집장의 성을 땄다.
1950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스타시노포울로스’란 이름으로 태어난 허핑턴은 16세에 영국으로 건너가 캠브리지대학 등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허핑턴은 미국에서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캘리포니아 주지사에도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대신 2000년대 초부터 유행처럼 번진 블로그에 관심을 보인다. 비(非)언론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모아 웹사이트를 만든 것. 허핑턴포스트의 전신이 된 ‘아리아나 온라인닷컴’의 시작이었다.
2005년 창간한 허핑턴포스트는 유명인사로 된 필진 200명 이상을 꾸린다. 여기엔 방송기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고(故)월터크롱카이트 CBS앵커도 포함됐다. 당시로선 생소했던 댓글서비스도 적극 활용했다.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아울러 학교 교사이자 MIT 미디어랩 대학원생이던 조나 페레티(41)를 영입해 공동창업자로 내세웠다. 그는 엔지니어였다. ‘검색엔진최적화(SEO)’ 기술 등을 적용해 사이트 방문자 수도 크게 늘렸다.
결국 허핑턴은 2011년 회사 가치를 150배 이상 높여 포털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에 판다. 매각 가격은 3억달러(한화 3350억원)이상이었다. 외신들은 “당시 허핑턴이 챙긴 몫만 최소 2100만달러(235억원)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허핑턴의 순자산 규모는 2012년 기준 5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도 허핑턴포스트는 유명인 칼럼에 뉴스 큐레이션 등을 더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디지털 관련시장 조사기업 컴스코어에 따르면 작년 12월 이 사이트를 방문한 미국 이용자(순방문자) 수는 1억176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허핑턴은 올해 포브스가 매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61위에 올랐다.
▶ 기술자, 시장 파괴자로=지난해 12월 기준 월별 방문자 2억명(자체집계ㆍ전세계 기준) 이상을 찍은 뉴스 큐레이션 사이트가 있다. 바로 버즈피드다.
2013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마틴 나이젠홀츠 연구원(전 뉴욕타임스 부사장)등이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조나 페레티는 허핑턴포스트 재직 당시 시험삼아 이 사이트를 만들었다.
2008년 정식 창간한 버즈피드는 기술자가 만든 미디어 기업의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내용의 기사와 사진을 묶어 만든 콘텐츠는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2012년 ‘당신의 인간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진 21장’이란 제목으로 게재한 이미지들은 단기간에 조회 수 1130만건을 기록했다. 지금도 구글 자동검색어로 제목이 등록된 이 콘텐츠는 1591만여건의 조회를 기록 중이다. 최근엔 색깔이 모호한 드레스 사진으로 논란을 일으켜 클릭 4000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2013년 포브스는 페레티를 세계 미디어시장 ‘파괴자(Disruptor)’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페레티는 “(우리는) 모두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광고와 콘텐츠를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로 무장한 시장 파괴자의 가치는 상당하다. 웹사이트 온라인거래업체 ‘워스오브웹(worth of web)’ 평가에 따르면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버즈피드 사이트의 금전적 가치는 32억2750만달러에 달한다.
| 화장술의 역사 |
| (제목을 누르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버즈피드에선 이런 것도 ‘기사’가 된다. 올 4월에 게재된 이 영상의 조회수는 650만건을 넘겼다. 저작권 문제를 우려해서인지 이 비디오클립은 여러 소스에 기반해 자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
‘실탄’이 많기 때문일까. 조나 페레티는 버즈피드에서 새 시도에 착수했다. 지난해 초 탐사보도팀을 출범시킨 것. 소속 기자들은 ‘종이신문’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보도의 정확성을 추구하려는 버즈피드의 방향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탐사보도팀 기자 수도 11명에서 올해 들어 계속 늘고 있다.
한편 5월 현재 페레티 창업자의 순자산은 1억달러로 집계됐다.
▶ 대학 안 나온 엔지니어가 만든 개인잡지, 플립보드= ‘나만의 개인잡지’를 표방하는 뉴스 큐레이션 미디어인 플립보드의 기세도 만만찮다.
이 기업의 마이크 맥큐 창업자는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는 2013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은 이웃과 교회에 의존해 살아갔다.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을 땐, 가족을 책임져야했기에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컴퓨터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맥큐는 우여곡절 끝에 여러 IT기업을 만들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실리콘밸리에선 프로덕트 천재라고 불렸다.
이후 2010년 맥큐는 플립보드를 창립해 승승장구 한다. 모바일 전용 앱에서 출발한 플립보드는 여러 매체에서 제공한 콘텐츠 중 자신의 취향과 맞는 것을 골라 개인잡지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전세계 누적 사용자는 1억명(작년 11월 기준)을 넘겼다.
| 마이크 맥큐의 플립보드 프레젠테이션 |
| (제목을 누르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업가치도 상당하다. 현재까지 4번에 걸쳐 유치한 투자규모는 1억6000만달러(1790억원)에 달한다. 골드만삭스 등 17개 투자사가 참여했다.
아울러 디지털 잡지 매체 자이트(Zite) 등 3개 스타트업도 사들였다.
플립보드엔 워싱턴 포스트 등 글로벌 언론사들이 대거 제휴를 맺은 상태다. 지금까지 확인된 곳만 72개 사에 이른다.
최근엔 구글, 야후 등 대형 인터넷기업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단 소식도 들린다. 트위터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1조원에 이른다고 테크미디어 리코드는 최근 보도했다.
▶ 아시아에도 ‘큐레이션 부호’ 속속 등장=아시아에도 뉴스 큐레이션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부자들이 있다.
중국의 뉴스큐레이션 업체 ‘투데이헤드라인(今日頭條)’을 세운 장이밍(張一鳴ㆍ32) 회장이 대표적이다. 2005년 톈진 난카이(南開)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4번의 실패 끝에 2012년 8월 모바일 기반의 이 업체를 창업했다.
성과는 놀랍다. 31개월 만에 충성사용자만 2억4000만명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매일 투데이헤드라인을 찾는 이용자만 2000만명 이상이다. 현재 중국 현지 언론매체 36곳이 이 사이트와 제휴했다.
장 회장의 몸값 또한 부쩍 높아졌다. 포브스 중문판은 그를 2015년 30대 젋은 창업자 30명 중 한사람으로 뽑았다. 현재 장 회장의 기업가치는 5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에선 이상혁(42) 옐로모바일 대표가 ‘얕은 재미’를 표방한 큐레이션 업체 피키캐스트에 올 1분기 기준 88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 출범한 이 업체의 월평균 이용자 수(MAU)는 773만명으로 집계됐다.
▶ 저작권 침해는 여전히 숙제=뉴스큐레이션 미디어 창립자들은 단기간에 수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기업가치와 자산이 급성장한 게 특징이다. 쉴 틈 없이 커 온 만큼 해결할 과제도 없지않다. 대표적인 게 콘텐츠 저작권 침해다. 기존 매체 등이 만든 기사나 이미지 등을 무단으로 쓰다가 역풍을 맞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 것.
실제 버즈피드는 법정 분쟁에 걸려있다. 2013년 6월 사진작가 카이 아이셀라인은 사진 무단사용을 이유로 버즈피드에 36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콘텐츠는 버즈피드 사이트에서 내려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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