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포비아’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마저 집어삼켰다. 메르스 발생으로 인해 서비스업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게 한은 금통위의 판단이다. 특히 엔저로 인한 수출부진이 계속해서 한국경제를 옥죄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1.50%로 전격 인하한 데에는 우선 가뜩이나 펀더멘탈이 부진한 상황에서 메르스 변수까지 겹치면서 향후 성장경로가 한은의 예측치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메르스 불안심리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내수경기가 다시 둔화될 여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메르스가 진정되더라도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게는 1분기 이상 계속될 수 있고(LG경제연구원), 심지어 메르스가 한 달내에 진정되더라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0.15%포인트, 3개월간 지속되면 0.8%포인트 각각 하락(모건스탠리)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실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관련 이 총재는 ”메르스로 서비스업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관광객들이 잇따라 방한 계획을 취소하고 있는가 하면, 대형마트의 경우 메르스 파장 이후 매출이 30% 넘게 고꾸라지는 등 소비심리 위축이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각종 속보성 판매지표들도 5월 들어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5월 카드사용액, 유류판매액 등 속보성 소매판매 지표들이 전달보다 악화해 회복조짐을 보이던 내수경기에 이상징후가 포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감소도 금리인하게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수출감소폭이 예상보다 크다고 밝혔다. 5월 수출액이 10.9% 감소하는 등 수출에선 올 들어 감소폭이 커지며 한국경제를 더 옥죄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생산은 3월(-0.5%)과 4월(-0.3%) 등 두 달 연속 줄었으며,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 199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으로 나왔던 금리인하의 근거로 꼽혔던 요인 중에는 △수출 및 수입의 감소세 확대 △물가의 하방 위험 증가 등이었다.
한 금융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떠받치던 수출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 5개월째”라면서 “수출 부진의 배경 중 하나로 원화강세가 꼽히고 있어 금리인하 필요성이 대두됐던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실제 잇따른 주변국 통화완화에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년 전 110.47에서 지난 4월엔 115.34까지 상승했으며, 이는 일본(71.99)은 물론 미국(109.52)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수출 대비 수입의 가파른 감소세로 인한 불황형 경상흑자는 원화절상을 야기하고, 이는 다시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25bp 낮춰지면서 1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에는 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 데엔 그간 세차례의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시장에 본격 반영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전세난에 지친 사람들이 대출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지자 너도 나도 빚을 내 집 장만 대열에 나서면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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