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든 미국계 헤지펀드가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엘리엇이 낸 가처분에는 다음달 17일 열리는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됐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사실을 공시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엘리엇은삼성물산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직후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 합병 반대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 서신을 보내는 등 삼성 측을 압박해왔다.
시장은 엘리엇의 행보가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세계 10대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엘리엇의 과거 움직임을 감안하면 삼성물산 지분을 당분간 보유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엘리엇은 일본과 홍콩 등에서 일부 기업들과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엘리엇은 올초 일본 DMG모리세이키가 제휴사인 독일의 DMG모리세이키 AG와의 합병계획을 발표하자 DMG모리세이키AG지분을 5% 이상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엘리엇은 지난5월말 지분율을 15%까지 늘렸고 사업구조, 부채비율 개선, 배당 등 경영 전반에 개입하겠다 표명했다.
지난해에는 홍콩 재벌 데이비드 리가 동아시아은행 지분을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에 매각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가치를 희석시켰다’는 이유로 소송 중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엘리엇이 지난해 보유하지 않았던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몇달동안 천천히 모은 의도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엘리엇이 던진 메시지를 분석하면 단기차익 실현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면서 “합병 이후에도 엘리엇이 지배구조 등 경영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엘리엇 측의 이날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공지에 대해 “공시송달을 통해 관련 서류를 정식으로 전달받으면 법무팀 등의 내부 검토를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측도 엘리엇이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충분히 예상됐던 사안인만큼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 측은 사내 법무팀등을 동원해 엘리엇의 법적 절차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삼성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제동을 건 엘리엇은 미국계 헤지펀드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다. 창업자는 폴 싱어이며 운용자산은 220억 달러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중 칼 아이칸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공식적으로 엘리엇이 밝힌 투자 전략은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바탕에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다. 엘리엇은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일으킨 행동주의 헤지펀드로도 유명하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