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여름에는 최저임금 심의ㆍ결정을 위한 노사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특히 올해는 노동계,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도높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다. 경영계의 고심이 깊어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을 규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고 영세 사업장에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이 사업장의 경영 여건을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노사 모두에게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현재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8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비롯하여 주부, 학생, 고령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최저임금위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이들 가운데 60%는 가계를 책임지는 주된 소득원이 아니라 보조적 소득원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24세 미만의 청년층이거나 60세 이상의 고령층이고, 10가구 중 약 8가구가 2명 이상의 소득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이들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불하는 300만명의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영업자의 경영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경쟁이 치열하면서 잦은 폐업이 일어나는 숙박음식업, 도소매업 및 한계 제조업이다. 2014년도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의 73.6%가 ‘경영상황의 악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하였으며, 월평균 소득은 150만원에 불과한 반면 평균 부채가 1억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 창출은 고사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되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다면 보다 낮은 임금에서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구직자를 실업자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사업장도 비용 상승으로 경쟁력 약화와 경영난 심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저숙련, 단순 기능을 보유하면서 보조적, 주변업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영세사업장은 임금 상승을 감수하기보다는 고용 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웃에서 음식점, PC방,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경영악화로 인하여 근로자를 가족ㆍ친족으로 대체하는 사례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최저임금 제도의 입법 취지는 단신 근로자의 생계 보장이지 가구 전체 생계의 보장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그 정책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제 비교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로 인식되는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50%에 달해 선진국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 등 복리후생적 금품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생계비와 밀접한 구매력 평가지수로 환산한 최저임금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최저임금의 안정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국제적 관례에 부합하도록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업종별 경영 상황과 지역별 생계비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업종별ㆍ지역별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근로소득과 가구소득의 조합을 활용하는 근로소득장려세제를 보다 활성화시킴으로써 고용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저임금 근로계층의 실질적인 소득상승을 도모하는 것도 시급하다.

최근 우리 경제의 고령화, 저성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 경영 활동도 두드러지게 둔화되면서, 청년층 등 취업 취약계층의 실업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 인상 논의에 매몰되기보다는 고용을 유지하고 창출하는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