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 지난 1월 한 금융공기업에 입사한 A(25) 씨는 다음달 6일 공인재무분석사(CFA) 시험을 앞두고 있다. 비슷한 시기 졸업하고 입사한 대학동기 3명과 함께 공부한다. A 씨는 아직 연애에도 관심이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해 주변에서 ‘소개팅 하라’고 제안해도 시험 끝나고 하겠다고 거절한다”는 것이 A 씨 설명이다.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서도 ‘연봉 가산’, ‘이직 시 유리한 조건’ 등을 위해 바로 새 자격증 시험에 몰두하는 ‘샐리던트(salaryman+studentㆍ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입사해도 언제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 현실에 끊임없는자기계발 강박에 시달린다는 분석이다. 초등학생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모두 ‘스펙 쌓기’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사진=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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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격증 커뮤니티 등에는 A 씨가 준비하는 공인재무분석사 이외에도 재무위험관리사(RFM), 국제공인신용장전문가(CDCS) 등 스터디 모집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들은 평일 저녁 이틀 정도, 혹은 주말을 이용해 ‘출석체크’ 혹은 ‘생활 스터디’ 개념으로 함께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번 응시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시험이지만 매번 응시자가 몰린다.

영어 등 외국어 공부도 끝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때는 토익만 치뤄도 됐지만 이제는 토익 스피킹, 오픽(OPIC) 등 실무에 필요한 회화 능력도 요구되고 있다. 영어 전문 학원들에서는 “토익 고득점으로 입사했더니 외국 바이어와의 미팅이!” 등의 광고문구로 직장인들을 ‘회화 새벽반’으로 이끌고 있다.

자기계발 욕구와 함께 직장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진 불안한 고용현실이 이같은 현상을 낳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직장 평균 근속연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67개월(5.58년)이다. 이 중에서도 정규직은 85개월(7.08년), 비정규직은 30개월(2.5년)이었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근속연수 조사에서도 사람들이 한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133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30대 구직자들의 희망 근속연수는 대기업이 평균 9.7년, 중소기업일 경우 평균 7.7년으로 나타났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으면 직장 내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인간관계 형성 능력을 갈고 닦겠지만, 현실이 아니다 보니 자격증을 따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경향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