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계 ‘문재인 체제’ 흔들기 본격화 미래 논의하면서 자성의 목소리는 없어 文 “정청래 자숙의 시간 갖도록 하겠다”
지난 12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본회의장에서 나오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주변을 기자들이 에워쌌다. 전날(11일) 김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에게 “친노의 좌장인지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인지 결단 하라”고 밝힌 것을 두고 ‘사실상 사퇴 촉구가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 전 대표는 “사퇴 요구라는 답을 나에게 강요하지 마라”고 반박했다. 결단의 의미는 “계파 정치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각론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자리를 뜨기 전 “이대로 총선, 대선 이길 수 있겠나”라는 말을 남겼다. 정리하면 ‘이대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지만 문 대표가 사퇴하라는 말은 아니다’라는 의미다.
당 내에서는 김 전 대표를 좌장으로 한 비노계가 ‘문재인 체제’ 흔들기를 본격화 했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당 내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궁극적으로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확보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주류 한 초선 의원은 “이대로는 내년 선거에서 진다는 말은 친노가 공천권을 틀어쥐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선거를 앞둔 당내 지분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비노계’ 일색의 원내지도부 구성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다.
선거에서 진 정당은 내홍이 따르기 마련이다. 문제는 반복되는 주도권 싸움으로 자기 혁신은 늘 공염불에 그친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년 동안만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박영선 원내대표→문희상 비대위원장→문재인 대표까지 수차례 지도부가 바뀌었다. 4.29 재보선 참패는 이같은 실패와 혼란의 역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남 탓만 있을 뿐 “나부터 반성한다”는 자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재보선 이후 당 내부에서는 당의 미래를 논하는 의원들 간 모임이 잦아졌다. 지난 12일에는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모여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비주류 모임 민집모, 초재선 모임 더좋은미래 등도 최근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디서도 “나 때문에”라는 말은 들어볼 수 없다. 4선 이상 중진들도 “품격있는 최고위가 돼야 한다”며 지도부의 리더십을 지적하고, “의사 결정을 공식 기구에서 공개적으로 결정하라”며 문 대표의 비선라인을 정면 겨냥했지만 정작 ‘원로인 우리가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자성은 한마디도 없었다. “송구스럽다 못해 참담하다(박병석 의원)”는 탄식에 자신들은 슬쩍 빗겨 서있는 셈이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재보선 패배 이후 누구 한명이라도 ‘당의 혁신을 위해 내 자리를 새로운 인재에게 양보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나. 선거 패배의 책임으로 총선 불출마 선언 한 사람이 있었나. (자신을) 내려놓지도 못하면서 말로만 혁신하자고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가장 먼저 자기 혁신을 외쳐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했다. 문 대표는 재보선 다음 날인 지난 달 30일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저희’라는 표현으로 본인의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과, 당 내부에서 패인을 찾지 않고 끝까지 정부 여당 탓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문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문 대표는 13일 ‘공갈 막말’ 발언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발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당의 단합과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의 막말사태 이후 나타난 당내 반발의 본질은 문 대표가 자기 혁신을 하느냐 여부인데 단순히 정최고위원의 ‘자숙 처리’만으로 넘어가려는 것도 당 내 민심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