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ㆍ김진원 기자]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급전(急轉)을 당겨다 쓰는 이른바 ‘중고나라론(loan)’이 유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네티즌들은 새로운 대출방법이라는 뜻에서 론(loanㆍ대출)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신종사기 수법의 일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나라론’이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실제로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을 팔겠다는 게시글을 올린 다음 구매 희망자로부터 돈을 입금받은 뒤 그렇게 받아낸 돈을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의 판돈으로 사용하는 수법을 가리킨다.
만약 도박사이트에서 돈을 따게 되면 따낸 돈 중에서 구매 희망자가 입금한 돈을 돌려주고 차액은 자신이 갖는다. 하지만 돈을 따지 못할 경우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다른 방법으로 돈을 갚거나 실제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린 물건을 배송하게 된다.
도박에서 돈을 따던 잃던, 돈을 받는 입장에선 둘 중 어느 경우라도 별 손해는 입지 않는 셈이다.
이들은 주로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나 온라인 사다리 도박(홀짝에 돈을 걸어 50% 확률로 1.95배를 받는 도박) 등에 돈을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보통의 경우 사기 혹은 사기미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뒤늦게 금액을 변상한다고 해도 애초 물건을 팔 의도 없이 도박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허위로 매물을 올려 돈을 받아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고나라론’ 경험자들은 경찰의 말처럼 범죄가 성립되지 않도록 각종 노하우를 공유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경험자들은 무엇보다 자신이 정말 갖고 있는 물건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 조사 시 ‘해당 물건은 진짜로 갖고 있다. 실제로 팔려고 내놨고 너무 바빠서 물건을 보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면 경찰이 손쓸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노하우가 어느 정도 가능한 이유는 사기죄가 성립이 되기 위해서는 기망(欺罔), 즉 상대를 속이려고 한 행위가 명확히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하는 입장에서도 실제 갖고 있는 물건을 거래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이긴 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적 틈새와 수법의 간단함 등으로 인해 중고나라론은 신종 사기수법으로 대(大)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고나라론’을 검색했더니 올 2월 26일 처음 이 단어가 등장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약 2달 동안에만 무려 470여개의 ‘중고나라론’ 후기글이 올라왔다. 한 경험담의 경우 조회수가 수천건에 달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중고나라론’에 성공했다거나 피해를 봤다 등의 관련 글이 숱하게 올라와 있다.
경찰 측은 현실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를 꼼꼼히만 한다면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한 두번은 가능한 이야기”라면서도 “그러나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몇 건의 거래를 했는지 등 고의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액수가 커지거나 반복될 경우 사기죄를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아직은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신종수법인만큼 수사관들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