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세먼지, 오늘은 차가운 공기, 내일은 영상 20도?.
벚꽃이 만개하는 봄이 왔지만 최근의 날씨변화는 그야말로 변화무쌍이다. 날씨에 예민한 사람들은 이런 종잡을 수 없는 날씨변화에 온갖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하루에 기온차가 약 15~20도를 오르내리는 이런 날씨의 변화는 평소 우울증이 있거나 감정이나 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갑작스런 분노의 표출로도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킨다.
사례는 많다.
#1. 최근 A 씨는 여자친구에게 결별을 통보받았다. 복수심을 품은 A 씨는 싸우고 돌아서는 여친을 향해 차를 몰아 여친을 들이받았고 여자친구는 중상을 입었다.
#2. 최근 ○○동 일대에 연쇄방화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으로 검거된 B 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꾸지람을 많이 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시인했다.
이렇듯 최근 순간적인 분노나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출해 폭행, 총기 난사, 연쇄 방화 등의 강력사건이 발생하는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는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충동조절장애’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정신과질환의 일종인 충동조절장애는 명백한 동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행동을 반복하는 일이 많으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반복하고 이런 충동과 욕구를 억제, 조절하지 못한다.
사소한 일에도 분노, 감정조절 힘든 충동조절장애…본인은 인지 못하는 경우 많아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검거된 폭력범 36만6527명 가운데 15만2249명이 우발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 열명 중 네명이 홧김에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충동조절장애 환자 대부분은 어떠한 상황에서 ‘무시당했다’는 자신의 기분에 사로잡혀 쉽게 분노하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충동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역시 많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충동조절장애 환자 수는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 4934명으로 32.6% 급증했다. 그 중 10대 남성이 1106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대 남성 986명, 30대 남성 745명, 40대 남성 454명, 10대 여성 366명 등이었다.
충동조절장애는 충동으로 인한 분노, 화를 없애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간헐성 폭발장애, 병적 방화, 병적 도벽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머리털을 뽑는 충동을 이기지 못해 반복적으로 머리털을 뽑음으로써 눈에 띌 만큼 머리털이 소실되는 장애를 뜻하는 ‘발모광’이나 기타 습관 및 충동 장애, 상세불명의 습관 및 충동 장애 등도 이에 해당한다. 충동조절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나친 의심, 공격성, 폭발성을 보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어렵다. 충동조절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 환경적, 사회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충동조절장애 환자들은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며 자해를 시도하는데 이러한 과도한 행동은 환자의 인간관계를 손상시키며 트러블을 만든다”며 “지나친 분노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너 죽고 나 죽자’는 등의 말과 함께 물건을 부수고, 사람을 해치는 등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는 전문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고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도움 절대적, 어렸을때부터 충동조절하는 법 익혀야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 감정조절장애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한해 1만명 이상으로 3명 중 2명이 10~30대로 조사되고 있다. 빡빡한 사회 분위기, 경쟁 사회, 자기중심적 성장 환경 등이 젊은 층의 충동조절장애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고 본인과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가하며 충동적인 행동 이후 일시적인 긴장감 해소를 경험한다.
충동조절 자가진단(하단 표 참조)으로 충동조절이 조금 어려운 단계가 나왔다면 소리 내서 울기, 편지나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눈물은 스트레스에 의한 카테콜아민을 배출시켜 마음에 안정을 주며, 분노할 때의 감정을 글로 옮기면 객관적으로 감정을 파악할 수 있어 통제력을 생기게 한다. 충동조절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갈등 조정, 분노 조절 등의 인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충동조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시도하는데 감정조절, 강박적 행동에 따라 항우울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가 있다고 할 만한 좋은 치료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의 교육이 중요하다.
홍진표 교수는 “자기 충동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서 아이의 잘못에 적절한 훈육을 해야 하며, 부모와 함께 충동조절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충동조절장애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