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성우 인턴기자] #철학전공자 A씨는 요새 걱정이 많다. 철학을 좋아해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막상 졸업을 앞두고 취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같은 인문학의 경우 ‘인문대 졸업자 90퍼센트가 논다’는 ‘인ㆍ구ㆍ론’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슈퍼리치 세계에서는 인문학, 특히 세계적 투자가들 중 철학 전공자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25일 영국의 텔레그라프 지가 세계 100대 부호의 대학 학부전공을 조사했다. 공학 22명, 경영학 12명, 경제학 8명 등 소위 돈 되는(?) 학문들이 주류였다. 이 중엔 인문학 전공자도 9명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인문학 전공자 중엔 철학이 3명으로 가장 많았다. 철학은 수학(2명), 물리학(2명), 법학(2명) 전공자보다 많았다.

철학을 전공한 세 명의 100대 부호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칼 아이칸 (Carl Icahn),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이었다. 세 명의 철학도는 모두 ‘투자의 귀재’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칼 포퍼의 제자 조지 소로스=‘헤지펀드의 대부’로 잘 알려진 조지 소로스는 런던 정경대학(LSE)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전공은 경제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교인 런던정경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철학이다. 박사학위까지 철학으로 받았다.

그는 헝가리 출생으로 1947년 영국에 이민해 ‘위대한 철학자’ 칼 포퍼 (Carl Popper)아래서 철학을 배웠다. 소로스는 그 기간 투자 철학을 확립한다.

한 구호단체의 수상자로 선정된 조지 소로스(2013년 11월)(사진=게티이미지)
한 구호단체의 수상자로 선정된 조지 소로스(2013년 11월)(사진=게티이미지)

칼 포퍼의 철학은 ‘반증주의(falsificationism)’, 비판적 합리주의(Critical Rationalism)‘로 일컬어지는데 ‘재귀성 투자’로 불리는 소로스의 투자는 이와 연결돼 있다.

그는 현재 시장의 얽히고 설킨 관계들을 읽고 이를 투자의 기반으로 삼는다. 끊임없는 의심과 분석으로 현재 시장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삼는 것이다.

그가 1969년에 짐 로저스와 400만 달러로 시작한 ‘퀀텀펀드’는 1989년까지 20년간 연평균 수익률 34퍼센트를 기록해 헤지펀드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바 있다.

2015년 현재, 소로스의 재산은 242억 달러. 세계 29위다. 한편 그는 사회와 경제에 대한 비판 및 저술 활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기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 출신이다.

그의 철학과 졸업 논문은 ‘의미의 경험적 기준을 충분한 해설로 표현하는 문제(The Problem of Formulating an Adequate Explication of the Empirical Criterion of Meaning)’. 그는 논문에서 경험을 통해 획득한 모든 의미와 정신적인 가치들을 수치화 하는 문제를 다뤘다.

칼 아이칸 (사진 = 게티이미지)
칼 아이칸 (사진 = 게티이미지)

그는 1961년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후 60년대 후반부터 인수합병(M&A) 사업을 해왔다. 저평가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고, 구조조정으로 빚잔치를 한 후 비싼 값에 지분을 파는 방식이었다.

TWA, RJR나비스코, USX와 타임워너 등이 투자대상이었다. 1990년대말 IMF당시에는 국내 KT&G 지분을 매입한 바 있으며 현재는 애플, 트럼프타지마할 등에도 지분을 갖고 있다.

2015년 현재, 재산은 235억 달러로 세계 31위다. 그는 ‘탐욕은 선(Greed is good)’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가치와 의미를 수치화한다’는 철학을 가진 칼 아이칸에게 세상 모든 것은 돈이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 뉴욕포스트, 더 선, 폭스 방송의 소유주로 알려진 루퍼트 머독도 철학을 전공한 슈퍼리치다. 옥스포드대학교에서 경제학,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석사 학위는 문학이다.

그는 1952년 아버지가 경영하던 언론사 ‘선데이 메일’(Sunday Mail)과 ‘뉴스’(The News)를 상속받는다. 이후 스캔들ㆍ섹스ㆍ범죄 등을 주로 보도하며 큰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더 선’(The Sun), The Times, ‘매트로(Metro) 방송’을 줄이어 인수해 재산을 불려나간다.

현재 루퍼트 머독은 세계 최고의 언론 재벌 중 하나로 꼽힌다. 재산은 139억 달러로 세계 77위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22명의 공학전공에는 텔맥스 텔레콤의 카를로스 슬림 회장, 블룸버그 통신의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과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ㆍ래리 페이지 공동 창업주가 포함됐다. 그리고 12명의 경영학 전공자에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의장, 월튼 가의 짐 월튼이 들어갔다. 브라질의 맥주 재벌 호르헤 파울로 레만과 중국의 부동산 재벌 왕젠린 등은 경제학 전공자였다. 중퇴자를 포함해 대학 학위가 없는 슈퍼리치에는 하버드를 중퇴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기술고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자수성가의 대명사인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창업주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