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리 의혹 전방위 수사속 비자금 100억~300억 소규모화 “추적피해 쪼개기 지능화” 분석 조세피난처 분산 추적 힘들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모든게 조단위로 늘었는데 기업 비자금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수백억원대 수준이다.

억원 비리 의혹 기업에 대한 검찰의 사정(司正) 한파속에 수사선상에 오른 포스코건설과 동국제강, 경남기업, 일광건영 등이 비자금을 조성 혐의를 받고 있다.

묘한 것은 이들 기업의 비자금 규모가 모두 100억원대 안팎이라는 점이다. 많아도 300억원을 넘지 않는다. 기업 규모도 다르고 업종도 다른데 의심받는 비자금 규모는 비슷하다.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과거 한보나 신동아그룹의 비자금은 수천억원대에 달했다.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왜 그럴까. 우선 소액화ㆍ해외 은닉 등 최신 ‘비자금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얻는다. 이들은 모두 국내보다는 해외를 적극 활용해 비자금 조성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100억원대가 기업 비자금의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해외 각지에서 계좌를 분산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이 조성되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않고, 걸려도 큰 금액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규모가 줄어든게 아니라 잡아내는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검사 출신의 김경진 변호사(법무법인 이인)는 “해외 비자금 의혹을 밝혀내려면 금융 계좌를 추적해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다”며 “미국과 지난해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체결하긴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위스 등 세계적 조세피난처까지 수사당국이 전부 들여다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박상융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도 “비자금 액수가 실제로 증감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검찰에 적발된 비자금 액수가 소규모화 되는 것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출범으로 유관기업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고, 미국과 형사사법 공조가 가능해진 점 등이 주요 이유”라고 꼽았다.

5만원권의 등장 등을 계기로 비자금 조성이 용이해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법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 모뉴엘 사건에서 티슈 상자에 5만원 권을 수천만 원씩 넣어 뇌물로 전달한 수법이 대표적이다.

연예인 클라라와의 ‘카카오톡’ 논란으로 잘 알려진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은 사무실 책장 뒷편 9.9m²(약 3평) 남짓한 비밀 공간과 도봉산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사무실 책장 뒷편 비밀 공간은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고, 입구엔 감시용 폐쇄회로(CC)TV까지 달려 있었다.

양대근ㆍ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