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름 없는 신인들이 주연배우로 줄줄이 이름을 올려도 ‘연기력 논란’은 남의 얘기였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속 배우들이 그렇다. 기이한 스토리는 어디로 튈지 몰라도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은 시청자도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에선 임성한 작가의 신예 점지력이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이날 방송에선 화제의 인물이 등장했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 중인 유승옥이 그 주인공이다.
유승옥은 이날 ‘압구정백야’에서 극중 ‘달과 꽃’의 여주인공으로 첫 등장했다. 연기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미 웹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며 만능 엔터테이너를 예고했던 때에 화제의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시청자 앞에 연기자로 첫 선을 보인 ‘압구정백야’에서 유승옥은 유승옥은 보조 작가인 백야(박하나 분)에게 미모를 칭찬하면서 첫 인사를 하는 것으로 등장했다. 화보촬영을 연상케 하는 힘이 들어간 눈빛에 발음과 발성은 준비되지 않은 연기자의 총체적 부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당당하고 도도한 드라마 속 연예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야 했으나 유승옥에겐 짧은 연기도 쉽지 않아보였다. 장수원처럼 ‘로봇연기’로 한 획을 그었더라면 좋으련만, 홀로 튀는 유승옥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30분을 방해했다. 논란이 논란을 품은 모양새였다.
사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스타 등용문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신예이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오디션을 통해 발탁, 철저한 트레이닝 후 브라운관에 서면 시청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놀랄 정도였다. 어디서 튀어나온 연기자이기에 저토록 연기를 잘 하냐는 반응이 당연히 나온다. 드라마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중견배우들의 명연기는 ‘안드로메다 드라마’라는 오명마저 씻게 해줄 정도다.
‘압구정백야’에서 조나단(김민수 분)이 백야와의 결혼식 이후 어머니의 병실을 찾았다가 조직폭력배와 시비가 붙어 갑작스럽게 사망했던 장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이한 드라마의 면면을 고스란히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딱 한 장면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돌렸다. 극중 조나단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 한진희가 먼저 떠나보낸 아들을 바라보며 황망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던 장면이었다. MBC 내부에선 “한진희씨의 연기가 ‘압구정백야’를 완전히 살려버렸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적이면서도 깊고 절절한 아버지의 감정은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압구정백야’를 욕 하면서도, 복장이 터지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우들의 지나치게 훌륭한 연기력에 있었다.
이날 만큼은 완전히 예외였다. 등장만 하면 ‘실시간 검색어’의 주인공이 되는 유승옥은 연기자로의 첫 등장에선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오점을 남겼다. 이 날도 화제가 된 건 유승옥의 빼어난 몸매를 드러나는 치파오였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