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한달만에 발표한 첫 대국민담화문의 주제는 부정부패 척결이다.

온 나라가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요즘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이 총리가 취임사에서도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지만 왜 연거푸 부정부패 문제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 수 밖에 없다.

이 총리의 이날 담화 일정은 발표 2시간30분전에 언론에 갑작스레 공지됐다. 담화문 발표 일정조차도 엠바고를 걸었다. 또 담화 발표 3~4분전 원고 일부 문구가 수정돼 재배포되기도 했다.

당초 배포된 담화문에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합니다’, ‘부패와의 전쟁’ 등의 표현이 있었지만, 수정된 담화에서는 이들 문구가 빠지고 대신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로 다소 완곡해진 문구가 들어갔다.

사실 이 총리의 담화문 발표는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와 관련해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전날 긴급 체포되는 등 방산 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급하게 일정이 잡혔다는 후문이다.

때마침 검찰은 담화 전날인 11일 해외자원 개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재배당했다. 이명박 전직 대통령의 핵심 인사였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아들 김 모씨가 관여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부실 인수에 대해 수사력이 집중되는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총리 주도의 ‘부패와 첫 번째 전쟁’ 첫 조준이 전임 정권을 향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담화에는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만 재차 담겼을 뿐 구체적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급조된게 아니냐는 억측도 나온다. 새 총리의 첫 담화문이 메시지는 강하면서도 광범위하지만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 총리의 담화문은 최근 방산 비리로 인해 전ㆍ현직 군 장성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여론이 정부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원천차단하고, 전임 정권과의 꼬리 자르기를 하기 위한 의중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총리 지명 후 일성으로 ‘대통령한테 할 말은 하는 책임총리’를 하겠다던 이 총리가 초반부터 ‘리모콘 반경’에 갇혀 대리역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온다.

아울러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강력한 고리를 내세워 국정운영에 있어 헤게모니의 한 축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단 던져진 이 총리의 강한 일성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총리실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