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2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잔칫집 분위기는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영화제 운영과 상영작 선정 등의 문제를 두고 영화제 측과 부산시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때문입니다. 이 사태는 두 조직의 문제를 넘어, 영화계 전체의 우려와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통제·검열 조짐은 결국, 문화예술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 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민병록 동국대 명예교수, 심재명 명필름 대표,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등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신작 촬영을 불과 석 달 여 남겨둔 시점에서, 공청회 자리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개탄스러워 했습니다. 그는 시의 외압 논란과 관련해 “이념 논쟁을 만드는 건 영화제가 아니라 부산시”라고 꼬집으면서, “그간 영화제가 특정 성향의 영화만 골랐던 것도 아니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를 선정해 왔는데, 한 작품만 골라서 문제 삼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념 공세”라고 지적했습니다.
민병록 교수는 “정치인들이 영화제가 한국영화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면서 독립성·자율성을 훼손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고, 임권택 감독은 “잘 커온 영화제가 밖으로 구정물을 쓰고 있는 영화제로 전락하고, 잘못된 일이 생긴다면 나라,부산의 수치고 영화인들의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씁쓸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용관 위원장이 부산시에 제안한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에 대해서도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이 위원장은 부산시의 인적 쇄신 및 조직 쇄신 요구에, 영화계가 동의할 만한 인물을 데려와 1년 반 가량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 운영하는 것을 시에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위원장직 사퇴를 시사한 발언이었죠.
이에 심재명 대표는 “이해관계가 다른 두 집행위원장이 어떻게 소통하며 영화제를 이끌어 가겠나. 원칙에 대한 개선 방향이 아니라 결국 타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박찬욱 감독 역시 “이 위원장 스스로 인적쇄신, 패러다임 교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물러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영화제가 스무돌을 맞은 시점에서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부산시는 각국의 영화제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공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칸·베니스·베를린·로테르담 등 세계 유수 영화제 관계자들이 부산영화제 사태에 우려하기 앞서 경악하는 것은, 이 같은 외압이 초유의 사태라는 뜻이겠죠. 또 경제적 효과를 당장의 수익과 일자리 창출 등의 근시안으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지난 20년 간 영화제가 이뤄온 유·무형적 성과를 모두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건 영화제 운영진이 아니라 정치가들”이라고 지적하면서 “경제적 효과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창의적이고,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아시아의 재능이 결집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형성됐을 때, 장기적으로 가져올 이익이 어떤 것인지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날 공청회를 경청했던 프랑스 대사관 측 관계자가 전한 한 마디가, 부산시가 떠올려야 할 영화제 존립의 기본이자 전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프랑스 대사관, 문화원을 대신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지의 뜻을 전합니다. 이 자리가 쇄신안을 마련하는 자리라고 하는데, 가장 좋은 쇄신안은 ‘자율성’, ‘독립성’, ‘좋은 영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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