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미 국무부차관 발언을 계기로 과거사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길에 더 큰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일본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미국의 속내가 직ㆍ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웬디 셔먼 차관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미국도 긴급 진화에 나섰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논평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성적인 목적으로 여성을 인신매매한 건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다.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의미이다.
미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정치적 수사에 이상의 의미를 지닐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셔먼 차관의 발언은 불필요하게 논란을 확대시키고, 한미 간 ‘빛샐 틈’을 만들었다. 미국의 과거사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 과거사 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하기보단 우선 과거사를 극복하는 데에 미국이 관심을 두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종전 70주년 역시 한국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을 수 있는 해로 여기지만, 미국은 70주년을 계기로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식의 해석도 나왔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일본의 사과를 기다렸던 한국 내 여론이 이번 차관 발언에 예상보다 더 거센 실망감을 보이는 이유이다.
이르면 오는 4월 예정된 아베 총리의 방미가 한층 중요해졌다. 종전 70주년과 과거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직ㆍ간접적으로 확인될 무대이기 때문이다. 우선 아베 총리의 상ㆍ하원 의회 연설부터 논란이다. 상ㆍ하원 의회 연설이 이뤄진다면 일본 총리로는 최초이다. 미 교포단체가 연설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이들 단체는 “미 의회가 아베 총리 연설에 앞서 일본의 역사 왜곡 중단, 야스쿠니 신사 참배 금지 등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이 이뤄진다면 어떤 식으로든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그 수위이다. 특히 한국 입장에선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 등 특정국을 언급하지 않고 국제사회를 통칭해 사과하거나, 반성보단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반발이 거셀 수 있다. 이번 셔먼 차관 발언 논란도 불과 몇가지 단어 및 표현에서 비롯된 바 있다.
일본이 미 의회 연설을 통해 ‘사과 면죄부’를 얻으려 한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이 애매한 사과를 하고, 미국이 이를 근거로 한일 과거사 극복을 중재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센 만큼 어차피 일본은 과거사 사과를 밝혀야 하는데, 의회 연설이 확정되면 미 의회는 그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난감하다. 일본과 과거사 외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 등 각종 사안이 걸려 있다. 특히 임기 말을 앞두고 있어 단기간에 진전을 보기 힘든 과거사 논란보단 업적 관리가 가능한 TPP 등 현안에 더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이 여러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 오는 4월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