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진기자]#주부 이모 씨(38)는 이번 설 연휴 내내 마음이 아프다. 세뱃돈을 받은 딸아이가 “엄마, 세뱃돈으로 여드름을 없애고 싶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는 작년부터 심한 여드름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 씨의 딸은 작년까지 성적도 우수하고 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반장도 곧잘 맡았다. 하지만 2학기를 지나면서 여드름이 심하게 올라와 어느새 놀림거리가 됐다. 한번은 평소 다니던 에스테틱에 데리고 갔지만 딱히 호전됐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한 통계 결과 국내 초등학생의 36.2%가 여드름 환자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 꼴이다. 이는 비단 한국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만 9~10세 아동의 여드름 유병률은 70~85%에 달했다.
최근 여드름으로 스트레스 받는 초등학생이 적잖다. 이런 경우 부모는 흔히 ‘조숙하다’거나 ‘사춘기가 조금 일찍 왔나보다’고 생각하지만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여드름은 만성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치료받는 게 좋다. 이를 방치하면 흉이 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또래에게 놀림받거나, 스스로 외모에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는 등 심리적 문제까지 유발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강형철 비타클리닉피부과 원장은 “어린이 여드름은 흔히 생각하는 사춘기 남학생의 화농성 여드름처럼 아주 심하진 않다”며 “경험에 따르면 어린이이 첫 여드름은 주로 이마에 돋아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여드름학회의 설문조사 결과 이마가 59.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코(29.6%), 볼(7%), 얼굴 전체(2.8%), 턱(1.4%) 등이 뒤를 이었다.여드름이 심한 상태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혼자서 손으로 짜는 등 자가치료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짜고 난 자리에 함몰된 흉터가 지고, 여드름이 났던 곳에는 색소가 침착될 수 있다. 아이들은 의외로 여드름을 관리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같은 설문에서 46.3%의 어린이는 여드름의 치료법 등을 인터넷이나 책으로 찾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강 원장은 “아이들이 무분별한 인터넷 정보 등으로 자가치료하기 전에 부모님과 병원을 찾는 게 최선”이라며 “상황에 따라 치료 없이 호전되기도 하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초기에 치료하면 3~5주 안에 개선되므로 개학 전까지 깨끗한 피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여드름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게 벤조일퍼옥사이드 또는 스테로이드다. 일시적으로 병변을 들어가게 만들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개선하기 어려워 재발될 우려가 높다. 이때 다시 스테로이드를 쓰게 되면 악순환이 반복되기 십상이다. 강형철 원장은 어린이에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등학생 어린이에게는 스테로이드를 활용하지 않는다”며 “스테로이드는 모공을 넓히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어린이 여드름에는 전혀 처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타클리닉피부과에서는 어린이의 여드름 상태에 따라 아프지 않게 염증과 피지 과다분비를 해소하는 치료법을 활용하고 있다. 약 처방을 최소화하되 필요에 따라 안전성이 확인된 항생제·영양소 등을 투여한다. 강 원장은 어린이 여드름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식습관이 변화한 것도 한 몫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우유, 당류, 밀가루음식 등이 과도한 피지분비를 유발해 여드름을 야기 또는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우유 등 유제품은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엄마들이 간식으로 선호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잘 맞지 않는 식품이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우유 속 카제인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적어 나이를 먹을수록 이를 소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컨디션이 나빠지기 쉽다.특히 과거 방목해 키운 젖소와 달리 최근엔 농장에서 키운 젖소의 우유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초원의 풀을 먹은 소와 달리 사육되는 소는 주로 옥수수사료 등을 먹게 된다. 이들 사료에는 화학적 살충제나 유전자재조합식품(GMO)가 활용돼 이 성분이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강형철 원장은 “여드름은 기본적으로 모공을 열어 노폐물이 잘 배출되도록 돕고, 피지생성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관건”이라며 “이는 조화로운 영양소 투입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여드름의 원인을 찾아내고 피지생성을 촉진하는 식습관을 개선하면 증상이 호전된다”며 “예컨대 부족한 아연을 충분히 공급해주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유재진 director@heraldplu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