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한 번도 못들어보신 적은 없는 차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시속 400㎞를 넘기는 차, 기본 30억원 가량의 가격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부가티의 슈퍼카 ‘베이론’입니다.
최근 이 베이론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마지막 모델을 판매했다는 부가티의 공식발표가 나온 것입니다. 1999년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에 인수된 부가티가 과거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2005년 등장한 차가 바로 베이론입니다. 부가티 소속으로 자동차 경주대회인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에르 베이롱(Pierre Veyron)의 이름을 땄습니다.
정확히 10년이 되는 올해, 450번째 마지막 베이론이 판매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베이론이 남긴 임팩트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슈퍼카 업체들을 압도했습니다.
베이론의 엔진은 8기통 엔진을 연달아 붙여 만든 16기통 엔진입니다. 공식명칭이 ‘EB 16-4 베이론’인 이유도 16기통 쿼드(V16X4)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죠. 이 엔진은 베이론에게 1000마력이 넘는 힘과 특수차량을 제외한 상용차 최초로 시속 400㎞를 돌파한 차라는 영예를 안겨줬습니다. 1000마력은 웬만한 전차와도 맞먹고, 127.6kgㆍm의 괴물같은 토크 역시 부가티의 명성을 높인 원인입니다.
속도에 대한 집착도 유명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라는 타이틀을 코닉세그 CCXR과 SSC 얼티밋 에어로 TT에게 빼앗긴 후, 부가티에서는 베이론의 파생모델인 베이론 슈퍼스포트를 만들었습니다. 1200마력에 최고 속도 431㎞를 찍으며 세계 최고의 빠른 차로 다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튜닝업체인 헤네시가 제작한 ‘베놈 GT’가 시속 434.5㎞를 기록하자 세계 2위가 됐습니다.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부가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450대의 베이론은 대당 평균 230만유로(약30억원). 각종 세금과 비용을 따지면 실제 50억~6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번의 단종 발표는 그 후 판매했던 슈퍼스포트나 비테세 등 파생 한정 모델마저도 모든 생산이 완료됐다는 것을 의미하죠. 마지막 450번째 베이론의 별칭은 ‘라 피날레’(La Finale)입니다. 말 그대로 ‘끝’이란 것이죠. 이 차는 다음달 3~15일 제네바 모터쇼에 전시됩니다. 전시 후 중동의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부가티는 베이론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슈퍼카 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어쩌면 베이론이 보여줬던 속도와 고성능에 대한 집착이 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연비와 친환경을 외치는 시대에 맞지 않는 차라고 보는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이런 괴물같은 차를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다는 데 가슴이 떨리시는 분들이 존재하는 한, 부가티의 집착은 전설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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