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7명이 본 한국의 설날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세뱃돈은 정말 좋은 전통이에요. 돈이 중요한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가족을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되니까요. 우리 가족이 한국에 오게 되면 저도 동생들에게 세뱃돈을 주고 싶어요.”
케냐에서 온 제임스 사이토티(31ㆍ중앙대 경영학과 12학번) 씨는 한국생활 4년차다. 설이나 추석을 보낸 것도 여러 번. 그는 특히 설날 세뱃돈 문화가 가족들을 가까이 묶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멀리 사는 경우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말하면 잘 와닿지 않잖아요. 그런데 세뱃돈을 받으면 이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거든요. 할아버지께 받은 만원으로 장난감을 사면, 그 장난감은 할아버지가 준 추억이 되는 거에요.”
설날을 앞둔 시점에 제임스처럼 한국 대학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유학생 7명에게 한국의 명절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그들의 다양한 답변 가운데 ‘공통분모’ 한 가지는 “한국의 명절은 ‘가족애’를 재확인하는 시기이나, ‘여성’에게는 꽤나 불평등하고 힘든 시간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인도인 시라그 자인(20ㆍ경희대 국제교육원) 씨도 세뱃돈 전통을 훌륭한 문화라 여기고 있었다.
그는 “세뱃돈을 주는 사람은 성인이 됐다는 뜻이고, 위아래로 서로 돈을 건네며 자신의 가족을 계속 존속시키는 데 이바지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절이 단순한 가족 모임을 넘어, 예를 갖추고 따라야 할 절차가 있다는 것에 주목한 외국인도 있었다.
시라그 씨는 ‘차례’를 언급하며 “다양한 종교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다 함께 공유하는 전통의례가 있으면 국민이 모두 단합이 되는 것 같다”며 “이러한 단합이 축제의 진정한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명절 때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 신기하다는 응답이 역시 많았다.
남자친구가 집에서 차례를 지낼 때 찍은 사진을 봤다는 중국인 최몽열(22ㆍ여ㆍ중앙대 일어일문학과 13학번) 씨는 “둥그런 그릇 모양이 평소에 보는 그릇과 많이 달라서 신기했다”며 “평소에 입는 옷을 그대로 입는 중국 명절과 달리 매우 예쁘고 화려한 한복을 입는 전통이 인상적이다”라고 했다.
태국인 툰 산티아누칫(28ㆍ성균관대 SKK GSB 과정) 씨 역시 “서울에서 한복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때라 기대된다”고 했다.
‘바쁜 한국인’은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안쓰러워 보였던 모양으로, 명절은 한국인에게 휴가의 의미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에서 온 알렉스 시그리스트(27ㆍ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협력전공 12학번) 씨는 “직장에서 휴가를 받고 가족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어색하지만 소중한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냐인 제임스 씨도 “한국인들은 너무 바쁘다. 이렇게 날을 정해서 따로 쉬는 기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방인이 보는 설 문화의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미국인 브레이든 솅크(29ㆍ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공 12학번) 씨는 “미국 명절은 그저 가족끼리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때다. 한국은 미국보다 더 체계적이고 규범을 따라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여성에게 명절이 그저 편히 쉬는 시기가 아니란 점을 지적한 의견이 다수였다.
태국인 툰 씨는 “여자들은 보통 시댁에서 명절을 보낸다고 들었다. 전통은 이해하지만 여자와 남자가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자도 친정에 갈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케냐인 제임스 씨는 “작년 추석 때 친구 할머니 댁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자들은 방에서 윷놀이하고 카드놀이하고 그냥 노는데 음식이 계속 나왔다”며 “여자들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했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들이 밖에서는 정말 강하잖아요. 그런데 명절만큼은 전통적인 여성 남성 역할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교통지옥’에 대해서는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제임스 씨는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군산으로 내려가는데 거의 10시간이 걸렸다면서 “마치 짠 것처럼 기다렸다가 동시에 내려가니까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했다. “케냐에도 크리스마스 때 각자 고향으로 내려가는데 모두 같은 날에 움직이지 않아서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거든요.”
설날 외로움을 호소하는 학생도 많았다.
인도인 시라그 씨는 “한국 명절은 외부인에게 약간 닫혀있는 느낌”이라고 했고 베트남인 부이 녹 탄(23ㆍ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 경제학전공 10.5학번) 씨는 “설 전날 밤이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외로워하는 시기”라고 했다.
미국인 알렉스 씨는 “한국 가정이 외국인 학생을 명절 동안 ‘입양’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모국의 명절과 한국 명절의 차이점을 물었으나,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어요. 맛있는 것 먹고, 직장을 쉬고, 친척과 어색한 대화를 하고, 젊은 사람들한테 빨리 결혼하라고 독촉하고, 다 같이 살찌고. 하하.”(미국인 알렉스)
“처음엔 엄마가 해주는 중국 생선 요리가 그리웠는데 한국 요리가 익숙해지니까 중국 요리가 너무 기름져서 속이 불편하더라고요. 한국인 다 됐죠 뭐.”(중국인 최몽열)
plato@heraldcorp.com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 명절 관련 ‘말말’>
중국 최몽열 (Cui Meng Yue, 22,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13학번) “드라마에서 보면 송편을 명절 때 많이 먹던데, 실제로 별로 안 먹는 듯.”
“중국은 모든 제사음식이 고기 위주인데 한국은 훨씬 다양”
케냐 제임스 사이토티 (James Saitoti, 31,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12학번) “한국 사람들이 너무 바쁜데 명절이라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게 참 다행”
“세뱃돈은 아이들이 가족을 인식하는 계기”
“부엌에서 수다떠는 재미도 있지만 여자들 명절 때 힘들어 보여”
베트남 부이 녹 탄 (Bui Ngoc Tan, 23, 베트남.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학부 경제학전공 10.5학번) “한국 설날에 다른 베트남 친구들 만나서 전통 베트남 음식 차려”
“외국인 학생은 설날이 되는 자정에 가장 외로워하는 것 같아”
미국 알렉스 시그리스트 (Alex Sigrist, 27,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협력전공 12학번) “친척과 어색한 대화, 젊은 사람들 결혼 독촉. 다 같이 살찌기. 명절은 똑같아.”
“한국 가정이 외국인 학생을 명절 때 ‘입양’하는 프로그램도 재미있을 듯”
미국 브레이든 솅크 (Braden Shenk, 29,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통상전공 12학번) “텅 빈 명절, 사람 없는 틈 타 쇼핑을 가거나 놀이공원”
“한국인들 명절 단순히 즐거운 시간 보내는 날 아니라 훨씬 의미있는 날로 생각하는 듯”
태국 툰 산티아누칫 (Tun Santianuchit, 28, 성균관대학교 SKK GSB 재학 중) “작년 설에는 경복궁. 입장료 무료였고 여러 체험행사”
“여자와 남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여자들도 친정에 갈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인도 시라그 자인(Chirag Jain, 20, 인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한국 설 어른에 대한 공경을 강조한다는 면에서 인도와 비슷”
“명절 제사, 다양한 종교 불구 사람들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