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국민들은 청렴한 대통령을 원하지만, 돈 없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든든한 통장잔고 없이는 정치력과 지지세력을 유지하기가 만만찮다. 이는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세계 최고 직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국 대통령 자리를 거쳐간 인물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의외로 많은 전 대통령들이 상당한 부자였거나 퇴임후에 부자가 됐다.

물론 이들이 부자가 된건 월급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미국 대통령의 공식적인 연봉은 40만달러 우리돈으로 4억5000만원 정도 된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대통령 자리에 어울릴 만큼 큰 금액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 월급은 오히려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의 매체들에 따르면 1789년부터 1873년까지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당시 돈으로 2만5000달러였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오늘날 기준으로 99만달러 정도 되는 금액이다. 오늘날의 두배 이상 되는 수준이다. 이후 미국의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대통령 월급도 계속 오른다. 1969년에는 연봉이 20만 달러까지 상승한다. 오늘날 기준으로 120만 달러 정도 되는 액수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이다.

그렇다면 역대 최고 부자였던 미국 대통령은 누굴까. 미국의 학계와 각종 언론매체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역대 43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고 부자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다. 그는 오늘날 기준으로 5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했다. 왠만한 기업총수들 수준의 재산이다. 당시 그는 8000에이커, 우리기준으로 970만평에 달하는 농장을 버지니아에 갖고 있었다. 노예도 3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의 얼굴은 미국의 경제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1달러 지폐에 세겨져있다.

두번째 부자는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재퍼슨(Thomas Jefferson)이다. 그역시 버지니아에 5000에이커의 농장과 수십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버지니아주의 지주출신 인물들이 역대 미국 최고 부자 대통령 순위의 상위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세번째 부자는 26대 대통령인 테오도어 루즈벨트 (Theodore Roosevelt)다. 역사적으로 알려진대로 그는 유명한 기업가 집안의 자제였다. 돈은 원래부터 많았기 때문에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인물이다. 당시 그의 재산은 현재기준으로 1억2500만 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신탁자금(trust fund)과 롱 아일랜드에 200에이커 큐모의 땅을 물려받았다.

같은 기준으로 4위는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5위는 제임스 메디슨(James Madison)이 차지했다. 6위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인물이 올라있다. 바로 존 F.케네디(John F. Kennedy) 35대 대통령이다. 뉴 프론티어 정신을 외치다 암살당한 비운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 그도 대단한 부잣집 아들이었다. 그의 재산은 오늘날 기준으로 1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아버지인 조셉 케네디는 주류 수입으로 한때 1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했다.

비교적 최근에 미국의 대통령직을 지냈던 인물들의 재산도 눈에 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약 8000만 달러의 재산으로 8위에 기록됐다. 그는 원래 부자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퇴임후 강연, 출판 등의 외부 활동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다.

그와 대척점에 섰던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은 3500만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역대 12위 부자 대통령이다. 그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George H. W. Bush)의 재산도 25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현역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령의 경우는 1200만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21위다.

물론 대통령은 재산으로 평가받는 직업은 아니다. 돈이 많건 적건 결국은 얼마나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했는가에 따라 역사는 그들을 평가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미국인들이 높게 평가하는 대통령들이 의외로 다 부자였다는 사실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통령의 날’을 맞아 브루킹스 연구소가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미 정치학회(APSC) 대통령ㆍ행정정치 분과 소속 회원 3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대 대통령 평가 설문조사에서 조지 워싱턴은 2위를,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4위를, 토머스 제퍼슨은 5위를 각각 기록했다. 부자 대통령 ‘톱3’가 역대 평가에서도 모두 베스트5 안에 든 셈이다. 물론 이들은 미국 건국에 큰 공헌을 했다. 이점이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부자 대통령들도 ‘의외로’ 평가가 높았다. 빌 클린턴은 8위, 존 F.케네디는 11위, 조지 H.W.부시는 17위를 기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위였다. 전반적으로는 경제적 번영을 이룬 대통령, 국제적 충돌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대통령, 단임보다는 중임 대통령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게 연구소측의 분석이다.

반면 이를 모두 깬 대통령도 있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혔다. 그러면서도 역대 대통령 재산 평가에서는 끝에서 네번째인 40위를 기록했다. 그의 재산은 25만 달러에 그쳤다. 가장 돈이 없으면서도,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셈이다. 바로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