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난해 11월 17일 출범한지 3개월된 상장지수증권(ETN)이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의 무관심 속에 ‘고사(枯死)’ 위기다. 하루 거래량이 ‘제로’인 종목들이 부지기수인 것이 원인이다. 올라도 팔리지를 않으니 ‘수익률’도 의미가 없다. ‘3월이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바닥을 기는 거래량을 보면 희망사항일 뿐이다. 홍보 부족, 낮은 인지도, 적은 거래량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우증권 ETN(로우볼 ETN)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6주에 불과하다. 유동성공급자(LP)가 보유한 물량은 199만9918주다. 말하자면 지난 3개월 동안 82개의 주식만 거래된 것이다. 하루 거래량이 ‘제로’인 거래일 수도 40일이 넘는다.
다른 ETN 종목들도 상황은 대동 소이하다. 현대증권 ETN(able Quant비중조절 ETN)의 지난 석달 하루평균 거래량은 100여주 남짓이다. 거래량이 하나도 없는 일 수도 20여일이나 된다. ETN시장이 ‘말라 죽는다’는 설명도 그래서 나온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 ETN(TRUE 코스피 선물매도 풋매도 ETN)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만여주로 선방하고 있고, 삼성증권 ETN(Perfex 유럽 고배당 주식 ETN)은 하루평균 2500여주로 나은 편에 속한다.
ETN은 기초 지수 변동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DLS)다. 증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증권이며, 신용 위험과 만기가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저금리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중위험ㆍ중수익’ 모델이 각광을 받자,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출범했다. 한국거래소도 ‘몇개월 만에 몇배 성장’류의 보도자료로 시장알리기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은 여전한 상태다.
ETN이 고사직전 상황으로 몰린 원인은 한국거래소의 홍보부족과 증권사들의 의지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그런 것(ETN)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홍보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쉽게 설명이 가능한 투자종목들을 내놔야 하는데, 그럴 유인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사 종목으로 분류되는 ETF가 출범 10여년만에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으면서 ETN 시장이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고, 증권사들이 LP 역할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HTS 상에서 ETN 종목을 모아 보여주는 기능 도입과 랩어카운트를 ETN 투자에 활용하는 것도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나마 다음달 3일 미래에셋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내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바이백지수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시장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직은 시장이 초기 단계다. 투자자들을 유인할 좋은 상품이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면 ETF처럼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