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2월 기준금리가 2.00%로 네달 연속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17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미약한 경제회복세와 바닥 물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4월 전후로 한 차례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 동결 시킨 가계부채…비수기 1월에도 증가세 =금통위의 이번 결정엔 ‘빨라도 너무 빠른’ 가계부채 증가속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이는 지난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금통위원들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빨라지면서 가계부채 규모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계치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매달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6조원대다. 사상 최대치로, 벌써 세달째 6조원대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060조원이었던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엔 1100조원에 육박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섭게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1월 모습도 바뀌었다. 1월은 연말 상여금 지급, 주택거래 비수기 등으로 가계 대출이 감소하는 달인데 올핸 전달대비 1조 4000억원이나 늘었다.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높은 미국이 6월께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도 선뜻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상 우리나라는 자본유출 방지를 위해 미국보다 1~2%포인트 높은 금리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기부양과 저물가의 해법이 금리인하에서 구조개혁으로 옮겨갔다는 점도 네 달째 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금리효과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은 한은의 고민이었다. 앞서 두 차례(지난해 8월, 10월)금리를 내렸지만 투자, 소비, 고용 어느 것 하나 뚜렷한 개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이런 상황을 인식, 지난 1월 금통위를 앞두고 “현재로선 금리를 내려도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에 부양 효과가 거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경제주체 심리 회복 고려한다면 4월 안팎 금리 인하할 듯=전문가들은 금리는 동결됐지만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이 환율전쟁에 나서면서 최근 1~2년새 원화가치가 크게 절상돼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월과 같이 동결하긴 했지만 같은 동결이 아니다. 인하에 대한 압박감은 더 커졌다”며 “무엇보다도 환율 측면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꽁꽁 언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이유다. 경제부양으로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카드를 통해 시장에 보다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분기 실적이 가시화되는 4월 한은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놓고 고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초까지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추가 금리인하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월까지는 흔히 금통위원 입장에서 정보수집 기간”이라며 “1분기 GDP가 4월 말에 발표되는 만큼 1분기보다 2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 금리인하 외 카드는?=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활성화가 더딘만큼 적재적소에 효과를 낼수 있는 미시적 카드를 써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와 환율정책이 그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부양이 목표라면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보다 실물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수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지원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빠르게 실물경기회복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는 한은이 은행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 낮은 이자로 자금을 지원해주면 은행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중소기업에게 싼 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성장 잠재력 확충 및 자금 흐름개선에 효과적인 방안이다. 현재 이 대출의 총 한도 는 15조원으로 지난달 잔액이 11조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조만간 한도 상향조정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금통위 내부에서 이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주문하고 있고 “경기상황을 고려해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를 적절히 조정”하기로 한 올해 통화신용정책 방향과도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환율 정책을 통해 최근 1~2년새 크게 절상된 원화가치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계속 낮추고 있는 만큼 수출 비중이 큰 한국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욱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면 원화절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한은이 전면에 나서 시장에 달러매입 시그널을 주보단 기술적 측면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보다 환율 정책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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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희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