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갈수록 떨어지는 국제 유가가 국내 생산자물가를 4년 2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생산자 물가는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저물가 기조는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생산자물가지수(2010년 100 기준)가 101.86으로 한 달 전보다 1.2% 내렸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는 2010년 11월(101.78) 이후 4년 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년전과 비교하면 3.6%나 낮다.
6개월째 지속돼온 생산자물가의 하락세는 갈수록 떨어지는 국제유가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11월에 전월보다 11.2% 떨어진 데 이어 12월에는 21.9%, 1월에는 24.0% 각각 하락했다.
윤창준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품목군별로도 석탄ㆍ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위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제품군별로 보면 석탄 및 석유제품, 화학제품 등이 주로 포진해있는 공산품 지수가 전달대비 1.9% 하락, 전체 생산자물가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농림수산품(-1.3%)과 전력, 가스 및 수도(-2.4%)도 생산자물가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반면 서비스는 전달대비 0.3%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생산자물가지수를 낮춘 유가하락의 영향은 더 뚜렷하다. 휘발유는 전달보다 22.3% 떨어졌고 경유(-18.4%), 나프타(-20.2%) 등의 내림폭도 컸다. 프로필렌(-23.6%), 부타디엔(-21.5%), 벤젠(-18.7%) 등 석유화학제품의 가격도 크게 낮아졌다.
국내 출하 및 수입을 통해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공단계별 물가’를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도 전월보다 2.4% 떨어졌다. 유가 하락의 영향이 큰 원재료가 10.8% 내렸고 중간재는 2.3%, 최종재는 0.8% 각각 하락했다. 수출품까지 포함해 국내 생산품의 전반적인 가격 추세를 보여주는 총산출물가지수도 전월보다 1.9%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수인 생산자물가지수가 연이어 하락하면서 당분간 저물가 기조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8%로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심화되면서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 및 물가안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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