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지난 수년간 정유화학업계 신사업이 파라자일렌(PX)으로 쏠렸으나, 이 시황이 나빠지면서 신사업의 무게중심이 프로필렌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프로필렌 증설계획이 이어지면서 이미 이 시장도 ‘레드오션’으로 변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석유화학협회가 발표한 ‘세계석유화학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프로필렌 신증설 규모는 최소 7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400만~500만t 규모의 PDH(프로판 탈수소공정)ㆍ석탄화학 위주의 신설비가 가동된다.
프로필렌이 부족한 중국은 수입규모가 연간 300만t에 달하지만, 올해 신증설 설비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수입량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렌은 에틸렌과 더불어 석유화학산업의 주원료로 자동차 부품ㆍ수지ㆍ전자 제품류ㆍ섬유 등의 기초원료로 쓰인다. 지난 1~2년간 상대적인 호황을 누려 정유화학사들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이 사업에 진출했다.
SK가스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업체와 손잡고 프로필렌 사업을 시작했다. 본업인 LPG 수입판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LPG에서 수소를 제거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이른바 ‘가스화학’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울산에 1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필렌 공장을 짓고 있다. 에쓰오일도 최대 8조원 가량을 투자해 고도화설비를 확충하고,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효성도 프로필렌 공장을 증설해 올 하반기 생산능력을 연간 20만t에서 50만t으로 늘리고,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성장동력으로 ‘프로필렌’을 선정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생산설비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프로필렌 시장은 벌써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 국제유가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자 프로필렌 가격은 36%나 떨어져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공급과잉 상태에서 원료가격보다 제품가격이 더 빨리 떨어져 마진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석유화학협회는 “중국 신증설 가동에 따라 중국의 프로필렌 수입이 급감해 시황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프로필렌 시장의 침체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파라자일렌(PX)이 호황일 때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완공된 후 공급과잉이 와서 현재 불황을 겪고 있다. 이런 선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경쟁적인 투자가 석유화학 시장의 불황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도 “일본은 범용사업에서 철수해 고수익 분야로 방향을 바꿨는데, 우리는 여전히 중국과 범용시장에서 경쟁을 하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