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의 ‘가치 투자’와 관련한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싼 값에 목 좋은 건물을 매입하는 ‘행운’을 잡았어도 가만히 있으면 돈이 저절로 벌어지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시세 차익을 노린 단순한 자본투자가 사라지면서 연면적 1000㎡ 안팎의 중소형 빌딩은 임대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중소형 빌딩 시장이 ‘컨설팅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것이다. 중소형 빌딩은 대형 오피스에 비해 매입 및 임대수요층도 넓은 탓에 각종 컨설팅 기법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 같은 크기의 중소형 빌딩은 전국 4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도 관심 보이는 ‘마스터 리스’=SK그룹 계열인 SK D&D는 올 상반기 중소형 빌딩을 대상으로 한 마스터 리스(Master Lease) 사업에 진출했다. 마스터 리스란 건물을 통으로 장기임대한 뒤 이를 재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의 사업 형태다. 빌딩은 연면적 3300㎡ 안팎의 노후화된 중소형 빌딩을 대상으로 한다. 건물주가 직접 임차인을 모집하는 대신 컨설팅 업체의 원스톱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점은 마스터리스의 특장점으로 꼽힌다. SK D&D 한 관계자는 “낡은 건물을 돈이 부족해 새로 고칠 엄두가 나지 않는 건물주, 노는 땅이나 단독주택, 활성화되지 않은 빌딩을 소유한 건물주 등이 핵심 고객”이라며 “좋은 브랜드의 우량 임차인을 개보다 쉽게 구할 수 있어 꾸준한 임대료 상승은 물론 건물 가치 상승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임대 방식’과 ‘공동개발+통임대’, ‘통임대+조건부 매각 컨설팅’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진행이 가능하다. 계약기간은 계약조건에 따라 7~10년가량 장기 임대로 진행하게 된다.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마포구 홍대 등 3개의 빌딩과 계약을 한 상태다.

▶스토리를 입힌‘빌딩 디자인’표방=빌딩의 가치상승을 위한 투자기법에 ‘디자인’ 개념을 접목하는 스타일은 가장 최근에 등장한 트렌드다. 정호진 빌딩경영플래너 대표는 건물 시설관리ㆍ유지보수ㆍ운영관리로 대변되는 마스터리스에 ‘리스크 헤지와 스토리’를 더해 종합적인 ‘빌딩 디자인’ 개념을 제시했다. 정 대표가 제시하는 빌딩 디자인의 핵심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관계 설정이다. 건물주가 지속적인 임차인 관리를 통해 폐점이나 이탈, 계약위반 등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 정 대표는 “빌딩시장은 무게 중심이 이미 임차인 쪽으로 쏠렸다”며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률이 바닥이고, 입지와 시설이 우수한 건물까지 공실이나 각종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빌딩은 외형의 크기와 관계없이 스토리를 입혀 가치향상을 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 여의도 IFC가 두 차례에 걸쳐 ‘대학생 홍보대사’를 모집하며 왕성한 홍보활동을 전개한 것도 이 같은 가치향상 전략에 해당한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정 대표는 또 “건물시설과 임차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정례적으로 방문해 좋은 관계를 다지는 것은 건물주의 필수 덕목이다”면서 “임대인 또는 관리자가 임차인과 신뢰를 쌓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향후 빌딩투자수익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