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명품 도시농업 현장 직접 가보니
김포공동판매장 ‘1일 유통’으로 큰인기 마포 상암동선 주민들 직접 텃밭 일궈 서초·도봉구 등 10곳 도심양봉도 눈길
달걀을 깨뜨려서 노른자를 이쑤시개로 찔렀다. 판매자가 장담한 대로 진짜 신선란인지 확인해볼 심산이었다. 신선란이라면 뾰족한 것으로 찔러도 노른자가 터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정말 노른자 형태가 그대로 유지됐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실험법이다. 신선하다고 검증된 달걀은 입소문을 타고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김포로컬푸드 공동판매장의 겨울철 매출 효자 중 하나는 달걀이다. 그냥 달걀이 아니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것들이다. 3일이 지나면 판매대에서 사라진다.
신선하고 몸에 좋은 친환경 농산물을 만나려면 두메산골로 가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자. 서울에서 한 시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는 수도권에, 심지어 서울에서도 오늘 아침 밭에서 캐내어 흙내음이 살아 있는 ‘명품’들을 만날 수 있다.
▶도심에서 만나는 로컬푸드=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개에 불과했던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해 32곳까지 빠르게 늘었다. 김포는 수도권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이 가장 활성화된 곳이다. 김포로컬푸드 공동판매장이 직매장으로는 전북 완주에 이어 두 번째로 2012년 10월에 문을 열었고,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지난해 4월 운영을 시작했다.
가장 큰 장점은 수도권 소비자들도 당일 생산된 농산물을 당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이면 농민들이 직접 키운 농작물들이 매장으로 속속 모여든다. 생산농민 스스로 원하는 가격을 매기고, 포장과 진열까지 직접 한다. 신선제품의 경우 ‘1일 유통’이 철칙이다. 보관기간이 없으니 몸에 안 좋은 약도 칠 필요가 없어졌다. 팔다가 수량이 부족하면 즉시 수확해서 보충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인구가 밀집돼 있는 수도권인 만큼 매출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앞서갔다.
지난해 문을 연 뒤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하루평균 매출은 664만원, 월평균 판매액은 2억원에 달한다. 직매장이 들어서기 전 주유소 부설 편의점이었던 이곳의 하루 매출은 고작 50만원이었다.
▶도시, 녹색공동체를 꿈꾸다=마포구 상암동 1691번지 일대. 지목은 주차장부지였고 마포구 주차행정과에서 관리를 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방치돼 오면서 불법 경작과 불법 주차로 민원이 자주 발생했던 곳이다.
이곳이 상암두레텃밭이라는 녹색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지난해 초다. 외국에선 한참 전부터 ‘시티팜’이라고 인기를 끌었던 도시농업이 국내에서도 체계화되면서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해 텃밭으로 일궜다. 음식물쓰레기와 똥오줌을 농자재로 재활용하고, 일체의 화학비료나 비닐은 쓰지 않는다.
강동구는 녹지율이 44.3%로 서울에서도 도시농업이 잘 발달돼 있다. 2010년부터 구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인 ‘싱싱드림’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수준까지 됐다. 오는 2020년에는 1가구 1텃밭 조성을 목표로 녹색공동체를 꿈꾸는 곳이기도 하다.
‘파절이(파릇한 절믄이)’들의 텃밭현장은 옥상이다. 그래서 명명도 파절이옥상랜드라고 했다. 건물들로 빽빽한 우리나라 도심에서 활용도가 높은 한국형 텃밭모델인 셈이다. 80평 규모의 텃밭에 128명의 파절이들이 당번제로 순서를 정해 텃밭을 가꾼다. 최근에는 협동조합을 결성해 생산물을 지역 레스토랑에 납품하는 로컬푸드를 추진 중이다.
귀농은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도시농업은 집앞 텃밭이나 옥상, 아니면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가능하다. 매년 내 손으로 무언가를 길러보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급증하는 이유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도시텃밭 수는 2011년 4093개에서 2012년 1만2662개로 3배 이상 늘었고, 참여자 수도 37만3000명에서 76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도심 한복판에 벌집이?=텃밭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심양봉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도시화 때문에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결자해지의 마음인 양 도심에서 벌을 키워 꿀도 따고 환경도 살린다는 이상을 현실로 바꾸겠다는 이들이다.
외국에선 그리 특이한 일도 아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는 금융인들은 아파트 옥상에 벌통을 놓고 키우고 있으며, 영국은 도심에서 벌꿀을 키우는 사람만 170명을 넘어섰다. 일본의 긴자는 15만마리나 되는 꿀벌을 키워 도시에서 키운 유기농 벌꿀로 유명세를 탔다.
서울 도심에서만 벌을 키우기 시작한 곳이 10여 곳에 달한다. 시범사업으로 양봉장을 마련한 서소문 시청별관은 지난해 벌통이 10개로 늘었고, 벌통 설치장소도 서초, 도봉구로 확산됐다. 어반 비즈 서울(urban bees seoul)은 직접 벌치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청년 5명이 모여서 결성했다.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이라고 협동조합도 출범시켰다. 관리하는 벌통은 총 43통으로 노들텃밭에 20통, 용인한택식물원에 10통을 비롯해 갈현텃밭에 3통, 남산1과 남산2ㆍ서울대ㆍ중앙대에 각각 두 통씩을 놓고 있다.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