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50대의 경영 컨설턴트로 살아가는 피터는 금전적으로 풍족해도 행복하지 않다. 소위 ‘아이비리그’에서 교육 받고, 로스쿨을 졸업해 내로라하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지만 이미 우울증을 앓아온 지 수십년 째. 잘 나가는 컨설턴트였던 그는 30대에 우울증이 찾아온 후 삶이 ‘늘 어떤 구멍 안에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졌던 친구의 죽음도 잊기 어려운 기억이다. 그의 친구는 우울증을 앓다 아내와 세 아이를 남겨둔 채 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터의 사례와 같이 백만장자들도 우울증 앞에서는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은 백만장자들 역시 우울증을 겪는다며 부(富)와 성공에 대한 압박감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신과 의사인 스티븐 루즈 박사는 “최정상에 있는 사람들은 고립감을 겪기 쉽다”면서 “부유함이 암이 찾아오는 것을 막아주지는 못하듯 우울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겪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 한층 더하다. 지난해 발표된 ‘성, 직장에서의 권한과 우울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면 같은 사회적 위치에서도 여성에게서 남성보다 우울증 증상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여성은 편견과 차별, 부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 소통 부족과 남성보다 잘해야 한다는 경쟁심에 끊임없이 직면해야 한다”고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을 분석했다.
갑자기 부유해지는 것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많은 백만장자 상속자들과 함께 일하는 미라 살저 투자 자문가는 “사람들은 갑자기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 곧 현재까지 알아왔던 삶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는 것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중 일부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한다”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매우 행복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루즈 박사는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 그것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면서 “그러나 증상을 인지하고 도움을 받아야 벼랑 끝에 선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