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브렌트유 이번주 9% 가량 상승
“원유 공급 차질 우려 커져”
바이든 “보복 논의 이스라엘, 이란 유전공습 외 대안 생각해야” 진화
국제유가 상승폭 제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이후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ETF(상장지수펀드) 등 관련 투자 상품이 들썩이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67달러(0.91%) 오른 배럴당 74.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이번주에만 9%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12월분)도 9% 오르며 8월 중순(78.29달러) 이후 다시 78달러선을 넘어섰다.
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 선물 등에 투자하는 국내 ETF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이번 한주간 ETF 상품 중 KODEX WTI원유선물(H)와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각각 6.86%, 5.85% 올랐다. 글로벌 주요 석유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은 더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RISE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는 8.67% 올랐으며 KOSEF 미국원유에너지기업(7.97%) 역시 원유 선물 상품보다 상승폭이 컸다.
중동 정세 불안이 유가 상방 압력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세계 원유 시장에서 전체 공급량 3분의 1가량은 중동에서 나온다. 특히 이란은 지난달 하루 3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만큼 주요국으로 꼽힌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지금보다 배럴당 최대 20달러가량 급등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스웨덴 은행 SEB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나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진화에 나서면서 유가 상승폭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유전 타격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자 하루 사이 국제 유가는 5% 넘게 폭등했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다음날(지난 4일) “유전을 공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들을 생각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함께 브리핑에 참여한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중동 사태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경우 유가는 연고점 부근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빈번해지거나 미국이 이란에 대해 추가적인 경제 제재 발표로 이란 원유 수출이 급감한다면, 유가는 연고점(WTI 기준 배럴당 86달러)을 터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4월과 달리 현재 금융시장 내 주요국 경기에 대한 경계감이 상존하는 만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