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땅콩 회항’ 사건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직권으로 조현아(40ㆍ사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돼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는 지난 19일 열린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첫 공판에서 “피고인(조현아)의 양형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 직권으로 조양호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채택의 이유에 대해 “유ㆍ무죄는 검사나 변호인 측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조현아 피고인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에는 과연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도 재판부의 초미의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법조계의 해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충분히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조 회장까지 부를 이유가 있냐”고 반문하고 있다.
김경진 법무법인 이인 변호사는 “사건이 마무리된 뒤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면 회사에서 박 사무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재판부가 그룹 전체를 책임지는 조 회장에게 박 사무장의 향후 거취 문제를 확답받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박 사무장의 거취 문제가 조 전 부사장의 양형 인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장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만큼, 회사가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의 ‘반성’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지난달 말에는 조 전 부사장의 여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언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 문자가 박 사무장 등 대한항공 내부 임직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증인 채택의 배경에 오성우 부장판사(47ㆍ사법연수원22기) 의 성향이 작용했다는 평도 있다. 오 판사 나름의 독특한 재판 운영 방식이 일정부분 작용했다는 것이다.
오 판사는 앞서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며 집단 모욕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철도노조 파업 사건에서도 “정당하지 않은 파업을 했다고 해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 간부 전원에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증인채택 취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피고인의 가족이라 증인으로 부를 순 있겠지만 일반적이진 않다”면서 “인사에 대한 최종결정권자의 의견을 물어보겠다는 취지일 수 있지만 그 정도 의사를 확인하려고 굳이 조 회장까지 부를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만약 조 회장이 이러한 이유로 증인채택에 불응하면 재판부는 증인채택 취소 또는 과태료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 허위 진술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여승무원 김모씨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는 박 사무장이 채택됐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