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 주목받는 수혜 종목
원자재 비용 아끼는 항공·철강·음식료 강세
내수 기업도 강세…금융·증권·통신 주목
“환율-코스피, 역(逆) 관계 공식 깨져”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달러 약세(원화 가치 상승) 상황이 지속되면서 환율이 낮을 때 업황이 좋아지는 업종들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환율 시대에선 기계·반도체 등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산업들이 호황기를 맞았지만, 약세 국면에선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항공·철강이나 내수 산업들의 실적 개선이 더 돋보일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이 내리면 코스피가 오르는 ‘역의 상관관계’도 약해지면서 환율 하락 수혜주의 상승세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와 해운사로 구성된 KRX 운송지수는 이달 들어 3.06%(26일 기준) 올랐다. 이달 ‘블랙먼데이(5일)’ 충격에 907선까지 내렸던 지수는 지난 19일부터 빠르게 회복해 현재 1000선(1000.69)을 재돌파했다. 특히 항공주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이달 들어 대한항공(6.83%), 한진칼(4.89%), 진에어(4.42%), 티웨이항공(4.20%) 등이 코스피(-2.6%) 하락세를 뚫고 일제히 올랐다. 최근엔 여행주도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9일부터 롯데관광개발(4.71%)과 모두투어(4.12%) 등도 4%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 항공·여행업종이 일제히 오른 배경에는 환율 하락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대여와 항공유를 달러로 구매하는데, 환율이 내리면 비용이 줄면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도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5개월만에 최저 수준(종가 기준)인 1326원선까지 내린 상태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가 내리면서 올 하반기 항공사의 연료비는 기존 예상치 대비 2% 감소할 전망”이라며 “대한항공 연료비의 경우, 기존 전망보다 800억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원화 강세는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식음료와 철강업체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약세장에서도 풍산(5.90%), SK오션플랜트(5.88%), 휴스틸(2.74%), 오리온(2.84%), 선진(2.69%) 등이 올랐다. 이에 그간 고환율 수혜를 입었던 대미 수출 효자 종목보단 내수주를 당분간 눈여겨보라는 투자 조언이 나온다. 해외시장에서 고환율은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수출 기업 입장에선 유리했지만 이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기계·반도체 등 대미 수출주에게 호재였지만 이젠 경계가 필요할 시기”라며 “달러 약세로 접어든 지난달부터 은행·증권·통신 업종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고 주목했다. 실제 이달 들어 증권업과 금융업은 각각 4.96%, 3.26% 올랐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신영증권(13.17%)과 메리츠금융지주(12.91%), 미래에셋증권(9.81%) 등이 일제히 올랐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지만 9월 금리 인하를 앞둔 시점에서 약세 추세는 강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지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투자 공식도 이제 깨지고 있다고 짚었다. 통상 달러가 내리면 코스피 지수가 올랐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집계한 원·달러와 코스피 간 상관계수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0.87)까지 역의 관계를 보이다 2023년(0.02)·2024년(0.54) 순으로 플러스로 전환하는 추세다. 그 배경엔 국내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미 수출 비중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달러가 강할 때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 국면에서 증시는 안정세 또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배경엔 국내 경기도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일부 수출 대형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강해진 영향도 크다”면서 “원화 강세 시엔 수출 호재 효과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내수 경기회복 속에 원화 강세 현상이 더해져야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도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