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관광의 모범, 일본 동부 3개현⑦
존 레논이 행복한 여생 꿈꾸던 가루이자와
치료온천 일본3대 명천, 구사쓰의 건강함
가루이자와 시라이토 폭포
[헤럴드경제(일본 나가노현)=함영훈 기자] 해발 3000m 안팎의 고산이 즐비한 ‘일본의 지붕’ 나가노현에는 청정 생태의 푸른 꽃 ‘가루이자와(軽井沢)’가 피어있다. 팝그룹 비틀즈의 존 레논이 부인 오노요코, 아들 숀 레논과 함께 지속가능한 푸르름 속에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려고 했던 그 곳이다.
가루이자와는 나가노현 동부 소재 해발 1000m 고원에 있는 숲속 마을(町)로, 여름에는 선선하고 가을엔 눈부신 단풍이 장식해 부자들의 별장이 많고, 도시인들이 휴식하기에 좋은 곳이다.
가루이자와와 접해 있는 군마현 서부에는 일본 3대 약탕(藥湯) 온천으로 꼽히는 구사쓰 마을(草津町)이 있다. 이곳의 온천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강산성 온천이라 탕에 들어가자마자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 몸을 오래 담그지 않고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나가노현 동부와 군마현 서부에 걸쳐 있는 해발 2568m의 아사마(浅間)산은 가루이자와의 청정 자연과 구사쓰의 건강함을 모두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나가노, 알고보면 ‘건강마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나가노는 활강, 모험 등 역동적 이미지가 강할 것 같지만, 일본 최대 와사비와 된장 생산지이고, 일본 4대성(城)인 마쓰모토성(국보)이 있어, 건강식품·인문학을 겸비한 곳이다.
마쓰모토성은 치열했던 전국시대, 어느 정도 영지를 확보한 후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을 두는 전략에 따라 지어졌다. 일본 성 중 최대인 3중 해자를 만들고, 외부 5층·내부 6층 구조로 적들이 알아챌 수 없는 저격부대 공간을 두었다. 해자 변을 산책하다 보면 어느 호수 변을 걷는 듯하다.
와사비는 나가노산(産)이 세계 최고 품질로 통한다. ‘대왕와사비농장’은 해발 3000m 고산들 ‘알펜루트’를 올려다 본다. 알펜루트의 물이 평지까지 오는데 최단 6개월, 최장 12년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숱한 필터링을 거쳐 섭씨 13도의 맑고 청아한 상태로 농장까지 도달한다. 까다로운 와사비는 딱 이런 조건에만 가장 잘 자란다.
올림픽 육상 트랙처럼 물 한 줄, 와사비 몇 줄이 완만한 S라인을 그려, 전망 브릿지에서 보면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나가노에 가서 와사비 아이스크림, 와사비 오뎅, 와사비 맥주를 흡입하는 것은 필수.
도쿄 시민들의 쉼터, 가루이자와
나가노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이면 가루이자와에 닿는다. 한국의 청라언덕과 주변 근대거리 처럼, 가루이자와는 캐나다 선교사 쇼(A.C. Shaw)가 이곳 매력에 감탄해 서양식 별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일본 부유층의 별장촌, 주말 도쿄시민의 소풍터가 되었다. 일본식 전통 별장도, 서양식 건물도, 자연 앞에서 티 내지않고 나지막이 엎드렸다.
넓이가 70m나 되는 시라이토 폭포, 고모로성 등 자연-인문 명소를 탐방해도 좋고, 숲과 자연쉼터가 있는 프린스 쇼핑플라자나 옛 읍내인 긴자를 거닐면서 지역특산물 또는 선물을 쇼핑해도 좋다. 동계, 하계 올림픽 모두 몇몇 종목을 개최하기도 했던 가루이자와는 일본과 서양 식재료로 글로벌 미식을 만든다.
존 레논이 비틀즈의 고향인 리버풀 숲을 닮은 이곳에 별장 지을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 레코딩 작업을 위해 뉴욕에 갔다가 사생팬의 총격에 숨진 사연을 품고 있어 연민 마저 드는 마을이다.
숲속 아케이드 ‘하루니레 테라스’와 호시노 창업 본산 ‘호시노 에리어’는 붙어있는데, 이곳에서 여행자는 맛도 즐기고, 교훈도 얻는다.
유카와 강이 흐르고 느릅나무(하루니레) 100여그루가 자생하는 곳에 ▷갓 수확한 로컬푸드로 음식을 만드는 코코페리 ▷지역에서 재배한 커피로 특별한 향기를 만드는 마루야마 커피 ▷지역 목장에서 신선한 유제품을 배달받아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하비스트 ▷300종의 지구촌 내추럴와인을 선보이는 세르클 등 9개 건물에 16개 상업시설이 있다. 손님들은 얼추 동양인 반, 서양인 반이다.
이곳에서 온천 료칸으로 지금은 글로벌 리조트 그룹이 된 호시노 창업주와 2세는 1929년 수력발전기를 만들어 리조트에 필요한 에너지의 70%를 충당, 지속가능 경영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들의 친환경 경영 족적은 ‘호시노 에리어’에서 목도한다.
가루이자와72 골프장은 지난 11일 세계 1위 출신 신지애, NEC 대회 우승자 가와모토 유이 등이 선전한 여자프로골프 대회를 여는 등 고품격 골프장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로마의 휴일 부럽잖은 군마의 휴일, 구사쓰
가루이자와 인근 구사쓰를 보유한 군마현의 관광 홍보 타이틀은 영화 ‘로마의 휴일’을 패러디한 ‘군마의 휴일’이다. 쉬거나 레포츠를 즐기면서 온천으로 치유하는 1석3조 여행지이다.
일본의 3대 명천(名泉) 중 하나인 구사쓰 온천은 강산성으로 강한 살균력을 갖는다. 탕에 몸을 담그면 작은 외상 흔적조차 반응하며 ‘찌릿찌릿’ 뭔가 치료되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외상 치유는 물론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어 3분 정도 탕에 몸을 담갔다고 나와도 개운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탕에 오래 있으면 안된다.
마을 뒤 구릉지의 온천수부터 개울, 마을 한복판 원천까지 청록빛을 띠며 고온의 김을 뿜어낸다. 아침에 이 일대를 거닐다 보면 몽환적인 추상화를 보는 듯 하다.
마을 한복판에 고인 원천은 수영경기장 레인처럼 7열 종대로 도열한 나무통을 통해 흐르다가 50m 떨어진 지점으로 2차 합수한다. 고온을 식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온도가 높아 ‘유모미(湯もみ, 온천수를 식히는 전통적인 방법)’를 통해 다시 물의 온도를 낮춘다. 어부의 노 같은 것을 열탕에 넣어 젓거나 물을 위로 튕긴다. 이 과정에서 노동요가 생겨나 이 지역 무형유산으로 자리잡았다. 공연장인 네쓰노유(熱乃湯)에 입장해 이 전통이 품은 지혜를 생각하고, 유모미 체험도 한다. 노동요는 경쾌한 동요풍이다. 내 심신을 건강하게 해줄 입욕을 앞두고 기분이 들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시라네산, 묘기산…그리고 미즈사와 우동
구사쓰 온천마을에서 버스로 30분이면 닿는 모토시라네(本白根:2171m)산은 분화구에 고인 물이 에메랄드와 흰색 물감을 섞은 듯 신비하다.
구사쓰 남쪽의 묘기산(1104m)은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아카기산, 하루나산과 함께 ‘조모산잔’(上毛三山:군마현 3대 명산)으로 꼽힌다. 해발 1050m 고원의 구사쓰 컨트리클럽, 온천마을에서 무료 셔틀버스로 15분이면 닿는 구사쓰 국제스키장도 있다.
구사쓰 주변 마을인 이카호 지역은 수타 우동 ‘미즈사와 우동’이 유명하다. 밀 생산이 많아 면발의 밀도가 높고, 굵으면서도 반투명의 색감이 돋보인다. 일본 3대 우동 중 하나로, 구사쓰 동쪽 마을 미즈사와의 맑은 물과 소금 만을 쓴다. 이 우동은 미즈사와 절 근처에서 참배객을 위해 제공된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이 일대는 곤약의 최대 생산지이기도 하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거의 없어 다이어트 식품 중 으뜸으로 꼽힌다. 이곳 야키만주는 우리의 군만두와는 다르다. 꼬치에 끼워 숫불에 구운 다음, 깊고 단맛이 나는 미소 된장 소소를 붓으로 발라 먹는다.
이제 일본여행도 골라 가자. 안전한 곳, 호젓하면서도 품격있게 청정자연을 즐기는 곳,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도 치료가 되는 건강마을, 지속가능한 여행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갖춰져 지금도 잘 지키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