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합병 추진 앞두고 주가 하락

전날 9만2800원…합병발표일 대비 22%↓

주가 매수예정가 아래, 주식매수청구권 우려

청구권 8000억 초과 시 합병 조건 변경·해제 가능 명시

합병 추진 SK이노 '차익 실현' 주식매수청구권 물량 우려 [투자360]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전세계 증시 하락 속 배터리 사업 부진 여파까지 겹치며 SK E&S과의 합병 추진 작업에도 차질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11.03% 하락한 9만2800원에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발표일(지난달 17일·11만9700원) 대비 22.47% 줄었다.

SK이노베이션 주가 하락은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온 실적 부진 영향이다. SK온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2분기 460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4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기를 앞두고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한 여파도 있다.

문제는 SK E&S와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주가가 속절없이 하락하며 주식매수청구권이 양사 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상법 등에 따라 주주확정기준일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 중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 전까지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에 한해 주총 결의일부터 20일 이내에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수 청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매수 예정가를 밑돈다.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가격은 11만1943원이다. 지난 5일 종가와 비교해도 주당 2만원가량 차이다. 차익 실현을 노리는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종목토론방에서는 "12만원 회복 못 하면 다들 주식매수청구권을 쓸 텐데 SK에서 감당 못 하는 것 아니냐"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수 합계에 주식매수예정가격을 곱한 금액이 8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서면으로 합의해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약 715만주 가량을 매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8000억원을 초과하더라도 양사 합병이 무산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사 합병 무산보다 합병에 따른 기대효과가 큰 만큼 1조원 안팎의 비용까지는 감당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로 2030년까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약 2조2000억원 수준의 추가 수익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어느 정도가 들어올지는 알 수 없지만, 합병 시너지를 감안하면 추가 비용 부담도 일정 부분 감수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기간 전까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 합병 추진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혔던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문제는 해소된 상태다. SK E&S는 앞서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맺은 3조원 규모의 RCPS의 보장수익률을 종전보다 최대 2.4%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SK E&S와 KKR이 현물이든 현금이든 당장 상환하지 않고 변경된 계약으로 RCPS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지난달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투자자인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 중"이라며 "합병 법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 E&S와의 합병은 RCPS 이슈가 해결돼 주식매수청구권이 합병의 마지막 관문일 것"이라며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서는 주가 상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 E&S과의 합병과 SK온의 전략 변화로 불황기를 견딜 수 있는 이익 체력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SK이노베이션 주가는 SK온 펀더멘탈(기초체력) 개선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양사의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27일 열린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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