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발(發)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국내를 비로해 미국·일본 등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빅컷(기준금리 한 번에 0.5%P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는 기존 2회(9·12월)를 유지했으나 인하 폭 전망치는 기존 0.5%P에서 0.75%P로 조정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8월에도 부진할 경우, 연준이 9월 빅컷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에 임시회의를 열어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하지만 임시회의 개최는 미국 경제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에 8월 지표 확인 후 9월 빅컷이 가능성 큰 시나리오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주 말(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은 4.3%로 시장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4.1%를 웃돌았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4000명 늘어나 시장 예상치(17만6000명 증가)를 크게 하회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키움증권과 KB증권은 연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를 기존 2차례(9·12월)에서 3차례(9·11·12월)로 조정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연준은 고용시장 수급이 타이트해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며 “하지만 미국의 경제활동 인구와 실업자 수가 함께 증가하고 있어 고용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이 점차 완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연준의 통화정책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안 연구원은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냉각되면서 8월 실업률이 더 오를 경우 9월 연준이 빅컷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빅컷보다는 연내 세 차례 인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고용 시장 부진은 물론 민간 소비를 견인했던 미국 증시가 조정을 보이는 점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고용 지표 단 한 번으로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고, 이에 연준이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며 “이번 주 어느 정도 시장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기존 전망을 유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상훈 연구원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금융통화위원회의 우려가 큰 분위기”라며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적극 나설 수는 있다고 해도 금통위는 국내 금융시장 동향에 더 포커스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연구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가계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한 번 더 강경해질 명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