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250만원 이상 소득에 세금
‘3년 유예안’ 발의한 與…추경호 “시기상조”
與 전문가 토론회서 조세 저항 우려 목소리
野, 이달 말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주시
여야정협의체 촉각…“세수 확보안 내놔야”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오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정치권에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 추가 유예’ 불씨가 다시 지펴졌다. 두 차례 연기 끝에 내년 1월1일부터 250만원을 넘는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세금을 매기는 소득세법 시행을 놓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다수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말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를 예의주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가상자산 과세, 어떻게 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늘 과세 필요성 문제와 시기상조라는 문제가 공존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아직 가상자산에 관해 거래 투명성과 거래 안전성, 투자자 확보의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정부에서도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 문제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더 숙성되고 안정됐을 때 과세 문제를 논의해야 것제대로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시장도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한국회계학회와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회 정무위 강명구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선(先) 제도 정비, 후(後) 과세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말대로 투자소득이 생기면 과세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제도화가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과세를 할 때 시장에 나타날 부작용을 살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에는 앞서 원내대표·당대표 시절 가상자산 과세 유예 필요성을 제기했던 김기현 의원,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 정무위원인 권성동·윤한홍·김재섭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송 의원은 지난 12일 과세 시점을 2028년 1월 1일로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는 ▷기타소득 분류에 따른 혼란 ▷주식 투자소득과의 형평성 ▷결손금 이월 공제 미적용 ▷취득원가 입증 한계 등으로 인한 조세 저항 우려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발제자로 나선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투자소득은 기본공제액인 250만원인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5000만원”이라며 “친구는 자산이 많아서 주식시장에 투자해 4500만원을 벌었는데 세금을 안 내고, 나는 가상자산에서 300만원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CARF)’가 도입되는 2027년 이후를 적절한 과세 시점으로 제안했다. 김익현 변호사는 “이대로 시행하면 다수의 과세불복 행정소송이 벌어지고, 경우에 따라 위헌법률심사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민주당 측 기재위 관계자는 “내년도 세입 예산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정부 발표 이후 당의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와 마찬가지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투세의 유예 문제, 이재명 전 대표가 ‘근본적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도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추 원내대표는 전날 세제 개편과 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걸림돌은 부족한 세수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올해도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수 확보 방안 없이 부자 감세만을 획책하는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며 “정부·여당이 전향적인 세수 확보방안을 내놓는다면 여야정 협의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