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부동산 임대수익 2년 새 30%↑
점포 폐쇄로 유휴부동산 늘어…“매각은 쉽지 않아”
장애인 고용사업, 어린이집 등 사회공헌 활용 추진도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디지털 전환 및 경영 효율화에 따른 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이 소유한 유휴부동산으로 벌어들이는 임대수익도 지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휴부동산 임대 및 매각이 점포 폐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은행이 소유한 유휴부동산 활용에 대한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은행들에서는 유휴부동산을 사회공헌활동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추진하고 나섰다.
늘어나는 폐쇄점포에 은행 임대수익 급증
10일 각 사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보유한 부동산을 통해 거둔 임대수익은 총 825억9400만원으로 전년(768억8800만원)과 비교해 57억600만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만 해도 638억6700만원에 불과했던 임대수익은 2년 새 187억2700만원(29.3%)가량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본래 은행이 보유한 영업점 건물의 임대 가능한 면적은 사용면적의 1배 이내로 제한됐다. 소유 건물의 절반을 은행 영업점으로 사용해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2014년 이같은 제한이 9배로 완화된 데 이어, 2016년 들어 관련 규제가 폐지됐다. 이에 은행들은 소유한 부동산을 통해 여타 임대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여기다 빠른 속도로 점포 폐쇄가 이루어지며, 임대할 수 있는 유휴부동산은 점차 늘었다. 올 1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2813개로 3년 전인 2021년 3월 말(3276개)와 비교해 463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5대 은행은 상반기에만 51개 점포의 문을 닫았으며, 이달에만 25개의 점포를 추가 폐쇄할 계획이다. 향후 임대수익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적극적으로 임대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임대를 위한 부동산 관리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이 쓰이기 때문이다. 매각하는 것이 사업 유연성 측면에서 이익이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모델링 등 부동산 임대를 위해 관리 목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면서 “일부 투자가치가 있는 지역 매물을 제외하고는 처분을 우선순위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입점해 있던 보유부동산의 매각은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우선 점포 폐쇄가 결정된 만큼, 여타 사업을 펼칠 만큼의 유동인구 등 조건이 유리하지 않은 지역인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은행 영업을 위한 저층 구조로 설계된 경우가 많아, 활용도가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예컨대 국민은행은 현재 유휴부동산 8건에 대해 공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많게는 10차례가 넘게 유찰이 이어지며, 번번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골칫거리 ‘유휴부동산’…사회공헌 공간으로 탈바꿈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은 매각자를 찾지 못한 유휴부동산을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밀알복지재단과 ‘굿윌스토어’ 매장 건립을 위해 10년간 3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장애인 근로사업장 건립을 통해 장애인 1500명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창립기념일에 맞춰 우리금융 본점 유휴공간에 발달장애인들이 근무하는 굿윌스토어 지점을 열기도 했다.
아울러 향후 굿윌스토어 입점을 위해 전국 각지의 유휴부동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총 다섯 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하반기에 부산과 대전 지역에 추가로 점포를 열 계획이다. 전국 영업점 등 소유 부동산 개발에 대한 검토도 시작한 상황이다. 굿윌스토어 등 사회공헌 목적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게 우리금융 측의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광주지점 리모델링을 통해 마련된 유휴공간에 시니어들을 위한 공간 ‘라운지1968’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문화 공간으로, 은행 영업점이 위치한 건물 1층에 입점해 있다. 지난 3월에는 대전지점에 중장년 세대를 위한 융복합 문화·교육 공간인 ‘하나 50+ 컬처뱅크’를 개점하기도 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추진한 하나은행 ‘컬처뱅크’ 사업은 현재 10호점까지 열렸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3년 9월 인천 남동구 유휴부동산을 활용해 금융교육센터인 ‘신한 학이재’를 개관했다. 시니어들이 디지털 금융 체험과 함께 금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현재 월 평균 300명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등이 진행되고 있다. 또 지역 기관과 협력해 발달장애인 교육을 진행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용도로 유휴부동산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인천 남동공단 유휴부동산을 활용한 ‘IBK남동사랑어린이집’을 개원한 데 이어, 2019년 구미공단 중소기업 근로자 전용 어린이집을 열었다. 구미4공단 지점 2층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휴부동산 활용 사업의 경우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해야 하므로, 무작정 규모를 늘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적지 않은 유휴부동산을 ESG경영에 접목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