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에라에너지에 6.3GWh 규모 ESS 공급 계약 조율 중
컨테이너에 셀·모듈·랙 설치…에너지밀도↑
2035년 시장 규모 110조원까지 성장 예상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삼성SDI가 미국 최대의 전력 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1조원대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납품한다. 이번 공급으로 중국이 현재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ESS용 시장에서 삼성SDI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넥스트에라에너지에 총용량 6.3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배터리를 조만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막바지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공급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한다. 금액으로는 1조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으로 평가된다.
넥스트에라에너지에 공급하는 주력 제품은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다. 해당 제품은 지난달 말 독일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공개돼 업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SBB는 20피트 크기 컨테이너 박스에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한 ESS 제품이다. 내부 공간을 효율화해 더 많은 양의 배터리를 적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컨테이너 단위 에너지 밀도가 기존 제품 대비 37% 가량 향상됐다.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을 높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3월 개최된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4’에서 ‘ES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이번 계약이 중국 업체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글로벌 ESS 시장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CATL은 세계 리튬이온전지(LiB) ESS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위와 3위 역시 중국업체인 BYD(12%), EVE(11%)에 돌아갔다. 반면 삼성SDI(5%)와 LG에너지솔루션(4%)은 각각 6위와 7위였다.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ESS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북미와 유럽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ESS 화재 등 연이은 사건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지역별 ESS 수요를 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이 전체 시장의 약 45%를 차지했으며, 북미(30%)와 유럽(12%)이 뒤를 이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이 장악한 중국 ESS 시장을 제외하고, 2위인 북미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에 빠지며 ESS는 배터리 업계의 신규 먹거리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ESS 시장은 올해 235GWh 규모를 기록한 뒤, 2035년 618GWh 규모까지 163% 성장할 것으로 SNE리서치는 전망하고 있다. 금액기준으로는 400억달러(약 55조원)에서 800억달러까지 2배 성장이 예상된다.
가파른 시장 성장이 예상된 만큼, 삼성SDI는 현재 주력 제품인 SBB와 함께 ESS 라인업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부터 전력용 ESS 제품에 들어갈 배터리 라인업에 LFP(리튬·인산·철)도 추가해 고밀도·저밀도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