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영업익 17조…작년 한해 실적 3배
‘AI 특수’ 메모리 반도체 강세…3분기도 지속
하반기 HBM3E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가 관건
삼성전자 목표주가 12만원까지 나와
[헤럴드경제=김현일·유혜림 기자] 삼성전자가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의 선전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DS 부문은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약 60%에 해당하는 6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돼 작년 부진을 완전히 씻어낸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1~2분기에 걸쳐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도 더욱 밝아졌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의 ‘주역’이었던 메모리 반도체의 강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6’와 ‘갤럭시 Z폴드6’가 예년보다 2주 정도 빠른 오는 10일 공개를 앞두고 있어 3분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조7900억원으로, 2분기에 이어 10조원대를 유지하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연간 매출 역시 2022년(302조원) 이후 2년 만에 300조원대 복귀가 예상되고 있다.
▶‘깜짝실적’ 주역은 메모리 반도체…3분기도 강세=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는 8조3000억원이었다. 이날 발표한 잠정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보다 2조원 가량 더 많은 10조4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7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2분기 실적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꼽힌다. 메모리 가격 강세에 힘입어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 실적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가 추정하는 DS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6조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D램의 경우 전 분기 대비 약 13~ 18%, 낸드 플래시의 경우 15~20% 상승했다. 특히 지난 4월 대만을 뒤덮은 강진으로 D램 가격 상승세가 2분기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진 여파로 대만 D램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점진적인 수요 회복 속에 파운드리 가동률 개선과 원가절감 효과로 적자 폭을 줄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에도 이같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이 8~1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HBM3E 테스트 통과 ‘초미의 관심’=업계는 3분기 삼성전자 실적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을 꼽는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샘플을 보내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콘퍼런스 콜에서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하반기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본격적으로 공급을 개시하며 ‘엔비디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메모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 보다 탄력이 붙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납품을 서두르기 위해 전날 ‘HBM 개발팀’을 신설하며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한 해 악성 재고로 극심한 부진을 야기했던 낸드 플래시 역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이 3분기에도 평균 15∼20% 오를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전망했다.
AI 연산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고용량 낸드가 필수인데 최근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낸드 타입의 데이터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체됐던 주가도 2분기 실적 강세에 ‘꿈틀’=삼성전자의 2분기 깜짝실적에 하반기 HBM 납품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그동안 정체됐던 주가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밸류체인에서 소외되며 글로벌 AI 랠리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2분기 메모리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강세가 확인되면서 향후 주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적정주가 컨센서스는 10만5040원이다. 전날 종가와 비교하면 약 24%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대다수 증권사가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10만원 이상을 전망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적정주가인 12만원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 등 7곳이 11만원을 목표로 삼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2020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비중을 지속 확대 해왔다”며 “앞으로 기관도 순매수 행보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