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이혼소송 아닌 그룹 지배구조 방어 사활
CEO 총출동 전사적 대응으로 기업가치 제고
이달 경영전략회의 예정대로…‘리밸런싱’ 속도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이혼소송 2심 결과에 대해 논의한 것은 최 회장의 이혼소송을 사실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리스크’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나온 항소심 판결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부상한 데 따른 것으로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SK가 정면 돌파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 긴급회의를 열고 SK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2심 판결에 대한 영향과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혼소송 2심 판결과 관련해 전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주사 지분이 흔들릴 경우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
다만, SK그룹이 최근 추진해 온 고강도 쇄신을 위한 ‘리밸런싱’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역시 이달 예정된 SK그룹 경영전략회의와 해외 출장 등의 일정을 계획대로 수행할 예정이다.
이는 돌발 악재를 돌파하고 흔들리는 그룹 안팎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재계에서는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그룹 전체의 성과를 확대, 최 회장이 17.7%를 보유한 SK㈜의 주식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적 차원도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전후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전략회의는 SK그룹 최고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핵심 연례행사다. 그룹 쇄신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해 ‘확대경영회의’에서 명칭을 변경했다.
SK그룹은 최창원 의장을 필두로 최근 2~3년간 진행됐던 투자 현안을 다시 점검, 중복으로 이뤄지고 있는 투자를 효율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그룹 전체의 사업 조정 방향이 경영전략회의에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회의에서는 이차전지 사업을 하는 SK온의 실적 개선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SK온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전기차 시장 정체로 적자에 시달리는 상태다. 회의에서는 SK온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대책은 물론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바이오 등 그룹 핵심 먹거리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대표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내년으로 예정됐던 HBM 12단 제품 양산 예정 시기를 올해 3분기로 앞당겼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SK그룹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도 SK온에 막대한 투자 자금이 들어가야 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