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만남보다 1대 1 소통…보안메신저 텔레그램 선호

“능력·과업 중심 관계…몇 명인지, 누가 있는지 모른다”

‘세 확장’ 기존 정치인과 달라…“색다르다” “아마추어적”

최근 ‘전당대회 출마 여부 결단해 달라’ 연락 받기도

“친한계는 없다”…‘텔레-1대1 소통’ 선호, 한동훈의 정치실험[이런정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나는 연락을 하고 있긴 한데 누가 더 있는지,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등판 가능성을 놓고 여권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와 가까운 인사들의 ‘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총선 참패 책임을 떠안고 사퇴한 한 전 위원장이 좀처럼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한 전 위원장과 소통하는 소수 인사들이 그의 의중을 전하는 ‘대리인’ 역할을 자천타천 맡는 모습이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위원장은 사퇴 이후 최근까지 가까운 여권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여기에는 한동훈 비대위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과 영입인재 출신 원·내외 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 전략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대응 방안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의 문제의식이나 현 여권 상황에 대한 질문을 적극적으로 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1대 1’ 소통이란 점이다. 게다가 한 전 위원장은 대면 만남보다 전화통화나 문자, 주로 ‘텔레그램’ 메신저를 선호한다고 한다.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메신저보다 보안이 탄탄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은 ‘시그널’과 함께 법조계 인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채널이다. 그와 가까운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을 알고 초반에는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연락을 자주 하게 되면서부터는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한 전 위원장의 소통 방식을 놓고선 장단점이 명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대 1 소통을 하는 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갈 가능성이 낮아지고, 새어나가더라도 발언자를 파악하기 쉬운 것은 장점이다. 정치권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 설화나 각종 추측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대로 시선을 끌기에도 유리하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연기를 요청했다거나, 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측근발(發)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한 전 위원장은 해당 발언 사실을 모두 부인했지만 등판설에 대한 여권 내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단점으로는 폐쇄성이 꼽힌다. 한 원외 인사는 “한 전 위원장에게 정치권 내부의 여러 움직임이나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도, 연결해 줄 ‘키 스테이션(key station)’이 없다”며 “그런 걸 보면 굉장히 아마추어적”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적 체급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세를 확장하는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양상이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횡(橫)이 없이 종(縱)으로만 이뤄진 관계이고, 능력·과업 중심의 관계”라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친한동훈계라고 할 수는 없는 특이한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신선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색다른 정치인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장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과거 기존의 정치문법을 ‘여의도 사투리’라고 표현하며 “저는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검찰 스타일을 벗지 못한 것 아니냐”,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최근 한 달 새 여러 인사들로부터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결단해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등판설은 지난 15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또 화두가 됐다. 이에 총선 직후 한 전 위원장을 공개 비판해 온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도 “문재인 믿고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괴롭힌 어린애에게 또 다시 점령 당하란 말인가”라며 불가론을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원내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을 때리는 게 한 두 사람이 아니다”라며 “때릴수록 출마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