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전당대회 룰 변경할지부터 논의해야”
이철규 “선거 앞두고 게임 룰 바꾸는 건 오해 소지”
정진석 ‘비대위’는 전대 직전 룰 고쳐…“자기모순”
낙선자들 쓴소리…“총선 참패 원인은 당정 관계”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출범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혁신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윤 당대표 후보 견제’를 위해 마련된 ‘당원투표 100%’룰과 관련해서도 비대위는 “모든 논의는 열려있다”는 입장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원외에서는 “친윤일색 비대위에서 쇄신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회의감까지 감지된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헤럴드경제에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것은 비대위의 기본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황 위원장은 “(전당대회 룰을 변경할지) 여부가 논의할 문제”라며 “기존에 있는 당헌당규 아니냐. 전당대회 룰 자체를 바꿀지 말지가 (논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전당대회 룰 변경 불가론’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4일 MBC라디오에서 “선거를 앞두고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은 어떻게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지도부가 정통성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전당대회 룰 개정이) 필요하다면 정통성 있는 지도부, 당원 뜻에 따라 선출된 지도부가 구성된 다음에 당원의 뜻을 물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그때 하는 것이 옳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3개월 앞두고 룰 변경을 주도한 친윤계가 1년 만에 정반대 입장을 내놓자 당에서는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의원은 “정진석 비대위에서 룰을 변경하지 않았냐”며 “저번에는 맞고 이번에는 틀리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 전당대회 룰을 언급한 비대위원은 두 뿐이었다. 나머지 비대위원들은 민주당 비판 메시지에 집중했다. 엄태영 비대위원은 “지난 과거를 토대로 분석하겠지만 과거와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저희는 모두 친국민으로서 국민 여러분 뜻을 수렴해서 전당대회 시기와 룰을 정할 것이다. 5대5든 7대3이든 10대0이든 다 열려있다”고 했다. 전주혜 비대위원은 “현재 당내외에는 경선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다양한 경선룰에 대한 의견을 조속히 수렴해 국민과 당원들 눈높이에 맞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낙선자들 사이에서는 총선 한 달 만에 위기감이 실종됐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첫목회’는 지난 14~15일 ‘끝장 밤샘토론’을 마친 뒤 브리핑에서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 우리는 침묵했다”고 밝혔다. ‘공정과 상식’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시대정신이다.
첫목회는 총선 참패 원인으로 5가지를 제시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비친 공감 부재의 정치 ▷연판장 사태로 인한 분열의 정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로 인한 아집의 정치 ▷입틀막 사태와 관련한 불통의 정치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관련 회피의 정치 등이다. 연판장 사태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을 친윤계가 주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개 원인 모두 윤석열 정부와 관련된 내용이다. 첫목회 관계자는 “정부 책임론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한동훈 사퇴로 정치적 책임 봉합하자’는 취지의 황 위원장 발언 등을 고려했을 때 (5가지 원인 제시는) 불가피했다”며 “결국 건강하지 못한 당정관계로 (모든 원인이) 이어진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한편 황 위원장은 오는 18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 원외 조직위원장들과 면담한다. 원외 조직위원장 모임은 전당대회 룰 변경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