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3개월 앞두고 ‘룰’ 변경하자던 친윤계…이번엔 안된다?

유승민·나경원 등 당권주자 강세 영향…“총선 졌는데도 반복”

황우여 비대위, 절반 이상이 연판장·당심 100% 룰 찬성 멤버

전당대회 룰 “바꾸자”더니…1년 만에 “안된다”는 친윤계, 이유는?[이런정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임이자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출범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심 100%’ 전당대회 룰 변경에 착수한 가운데 친윤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우여 비대위는 ‘혁신형’이 아니라 ‘관리형’이기 때문에 빠른 전당대회 개최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전당대회 룰 변경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이들이 정반대 이유를 대며 반대하자 당 일각에서는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년 만에 ‘정반대’ 입장 낸 이철규

당원들 표심이 멀어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당대표에 나올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2022. 12. 20,MBC라디오 중

지난 2022년 12월 20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당대회 룰 변경에 반대하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했다. 전당대회를 세 달 앞두고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을 7대3(당원투표 70%·일반국민 여론조사 30%)에서 당원투표 100%로 바꾸려던 것에 힘을 싣기 위한 취지였다. 이 의원은 친윤계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된다.

선거를 앞두고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은 어떻게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부분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2024.5.14, MBC라디오 중

그리고 지난 14일 이 의원은 다시 한 번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7~8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당대회가 세 달 남은 시점에 전당대회 룰을 변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또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가 ‘정식 지도부’가 아니라는 점을 짚으며 “현재 지도부가 정통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전당대회 룰 개정이) 필요하다면 정통성 있는 지도부, 당원 뜻에 따라 선출된 지도부가 구성된 다음에 당원 뜻을 물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그 때 하는 것이 옳다. (당원투표 비율 약화가) 옳고 그르다는 말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전당대회 직전 룰을 바꾼 것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였다.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주호영 비대위원회를 좌초시킨 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은 지도부였다.

실제 친윤계 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친윤계 의원은 “전당대회는 총선이 아닌 당원들 간 행사”라며 “총선 패배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좋지만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전당대회 룰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전당대회 룰 “바꾸자”더니…1년 만에 “안된다”는 친윤계, 이유는?[이런정치]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위원회를 방문해 주형환 현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친윤’ 전당대회 이후에도 유승민·나경원 등 ‘비윤’ 당대표 주자 강세 지속

친윤계가 전당대회 룰 변경에 소극적인 이유는 ‘비윤’ 당권주자의 강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낙천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때 대통령실에 반(反)하지 않는 당대표를 앉히려고 필사적으로 룰도 바꾸고 연판장도 돌리지 않았냐”며 “총선에서 졌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봐라. 유승민·나경원 등 유력하게 검토됐던 인물들이 또 당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다”고 했다.

친윤계 의원들은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전 대표 선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움직였다.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룰을 변경했고 당원투표에서 상위권이던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다.

당시 고개를 숙였던 당권주자들은 총선 이후 활동을 재개하는 모양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5년 만에 팬 카페 회원들과 팬미팅을 가졌고 연일 SNS에서 윤석열 정부를 저격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14일 검찰 인사를 비판하며 “대통령도, 대통령의 부인도 ‘법 앞에 평등한 모든 국민’ 중 한 사람일 뿐”이라며 “뒤늦게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꾸리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지 며칠 만에 수사팀이 교체됐다. 문재인 정권 시절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그런 식으로 인사하는 법은 없다’”고 적었다.

나 전 의원도 여성 당선인과 만찬을 주재하는 등 세력화에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을 국회 내 연구모임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다수 비례, 초선 의원들이 가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룰 “바꾸자”더니…1년 만에 “안된다”는 친윤계, 이유는?[이런정치]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가 지난해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고양=임세준 기자

‘쇄신’ 꿈꾸던 국민의힘, 이대로 제자리 걸음?

당원투표 100% 룰을 찬성했던 이들은 황우여 비대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임명직 비대위원인 전주혜, 유상범 의원과 정책위의장으로서 당연직 비대위원을 맡은 정점식 의원은 지난해 각각 초·재선 의원 모임에서 전당대회 룰 개정을 찬성했다. 유상범, 전주혜, 엄태영 의원은 이른바 ‘나경원 연판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월 ‘김기현 대표 후보 캠프’ 상임고문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당시 황 위원장은 전당대회 룰 변경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 걱정하는 분을 수도권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반박했다.

황우여 비대위에서 큰 폭의 쇄신은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수도권 원외 조직위원장은 “황 위원장이 오는 18일 원외 조직위원장 목소리를 듣는다. 거기서부터 전당대회 룰 변경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당원투표 비율:일반국민투표 비율이) 5대5는 힘들 것 같고 7대3 정도만 가도 소기의 성과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은 “이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 대부분이 주류이고 중진”이라며 “공천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이 분들이 단체로 목소리를 내면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