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주요 인사들 간에 연내 피벗(pivot, 금리인하)을 둘러싼 발언이 엇갈리고 있다.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비둘기파(완화 선호)’ 연준 인사들의 발언 하루 뒤 경우에 따라 금리 인상까지도 불가능한 카드가 아니라는 ‘매파(긴축 선호)’ 인사들의 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미 증시 주요 지수들의 기류도 출렁이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1.99포인트(0.08%) 오른 38,884.2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6.96포인트(0.13%) 오른 5,187.70을,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6.69포인트(0.10%) 하락한 16,332.56을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오전 한때 100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점차 상승 폭이 완화됐다. S&P500지수는 4거래일째 올랐고, 나스닥지수는 4거래일 만에 소폭 하락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약간 반등하더라도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가능성을 기대해왔다. 고용시장이 약해지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날 장중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밀컨 컨퍼런스에서 금리인상에 대한 질문에 “배제할 수 없다”고 답하면서 금리인하 기대는 약간 위축됐다. 그는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추가로 발생할 때까지 현재 상황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라며 “고용시장이 약해지고 있거나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있으면 금리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연방기금금리(FFR)의 미래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전망은 거의 언제나 틀렸다”면서 금리인하가 없을 가능성을 전망했다.
CME그룹의 페드와치툴에 따르면 오는 9월에 미 연준이 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은 48.1%로 소폭 하락했다.
불과 하루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 셈이다. 전날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연내 피벗 기대를 키우는 방향의 발언을 했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밀컨 컨퍼런스에서 미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올해 9월, 늦어도 12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투자심지를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의 흐름 역시 이날은 엇갈렸다.
메타플랫폼스는 5거래일 연속 올랐지만 상승폭이 축소됐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A 주가는 1%대 상승세를 보였다. 신형 아이패드 모델을 소개한 애플 주가는 0.4% 정도 올랐다. 애플은 이날 인공지능(AI) 칩을 탑재한 신형 아이패드를 선보였으나 주가 상승폭이 제한됐다.
반면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주가는 3%대로 하락했다. 전기차 회사인 리비안은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분기 손실을 기록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하락 폭을 키웠다.
인공지능(AI) 랠리를 맨 앞에서 이끌던 주요 반도체주 역시 이날 만큼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엔비디아(-1.72%), AMD(-0.87%), 브로드컴(-0.55%), 마이크론(-0.77%), 인텔(-0.94%), 퀄컴(-0.93%), TSMC(-1.20%) 등 주요 반도체주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미 대표 반도체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전날보다 0.74% 하락한 4784.88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분기 실적을 발표한 디즈니가 9% 이상 급락했다. 디즈니는 스트리밍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사업부(DTC)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쳤다.
미 증시의 혼조세는 8일 국내 증시 방향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보합권에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내 증시는 전일 상승에 따른 추가 상승의 여운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장중 차익실현 압력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 연구원은 “전일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강력한 순매수 속에 6주만에 가장 큰 폭의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면서 “특히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2만5000계약(2.3조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다우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했지만,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며 “국내 증시도 전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4.77%(3700원) 급등한 8만1300원에 장을 마친 바 있다. 종가 기준으로 ‘8만전자’에 복귀한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 13거래일 만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 증시 주요 반도체주 주가가 약세를 보인 데다, 전날 급등세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