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물 ETF 자금 유출 등 여파
비트코인 8000만원대 보합세
SC, 5만달러 추락 가능 시나리오
비트코인 회의론자에서 지지로 바뀐 트럼프
당선 후 랠리 가능성 “비트코인 부각 이벤트”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비트코인이 두달여 만에 개당 7000만원대까지 폭락한 뒤 소폭 상승해 80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4차 반감기를 겪은 데다 홍콩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랠리를 기대했지만, 8000만원대에서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ETF 자금 유출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하락, 중동 정세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미국의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5억 6400만 달러(7715억 원)의 순유출액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으로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자산운용사 해시덱스의 ETF를 제외하면 사실상 11개 ETF 대부분이 이날 순유출 됐다.
홍콩 현물 ETF 첫 거래량도 당초 미국(46억달러)보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과는 달리 1100만달러 수준에 그쳤다. 홍콩 현물 ETF 승인 후 자금 유입 기대감도 꺾인 양상이다. 홍콩 ETF 효과를 보기 위해선 중국 자금이 들어와야 하지만 중국에선 해외 주식 직접 투자, 디지털자산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 제약이 있다.
반감기 후 통상 6개월 뒤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했지만, 이번 반감기는 현물 ETF 승인 후라는 점에서 전망이 엇갈린다. 반감기에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현물 ETF로 인한 자금 유입량이 이보다 압도적이란 점에서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비트코인이 랠리를 이어갔던 이유는 반감기 기대감이 먼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초 비트코인 10만 달러 강세론을 주장한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 차타드(SC)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제프 켄드릭 SC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 배경으로 가상자산 수급 요인과 거시 경제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5일 연속 자금이 유출된 상태다. 비트코인도 평균 ETF 매수 가격인 5만 8천 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현물 ETF 포지션의 절반 이상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투자자들이 청산 리스크도 고려해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5만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점은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비트코인 랠리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비트코인에 회의적 입장이었으나 가상자산지지 발언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대통령과 미 연방준비제도이 통화정책을 논의하도록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달러 신뢰도 저하 우려가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등 대안적 가치저장수단을 부각시키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트 전 대통령의 당선 여부와 상관 없이 대선 자체가 비트코인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홍 연구원은 “미국 정부 부채 이슈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심화될 이슈”라며 “트럼프와 바이든 대통령 임기 8년간 미국 전체 부채의 45%를 합작했다”고 했다. 이어 “내년 1월2일부터 시작될 부채한도 협상에서 우려가 재부각 될 수 있고 미국채의 기술적 디폴트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으며 이러한 우려를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은 매우 제한적이다”며 “비트코인 등이 헤지 수단으로 부각받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