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ETF 수익률 상위권에 구리 ETF 일제히 등극
‘TIGER 구리실물’은 16.8%…金보다 높아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실물경제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돼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톤(t)당 1만달러를 터치하자 구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구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에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첨단 산업까지 구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구리 값이 뛰며 전선 제조 업체 주가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간 ETF 수익률 상위 10위권에는 구리 관련 상품들이 일제히 이름을 올렸다. 구리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구리실물’은 16.8%(전체 2위)를 기록했다. ‘KODEX 구리선물(H)’과 구리·알루미늄·니켈에 투자하는 ‘TIGER 금속선물(H)’도 각각 14.4%, 12.6% 뛰었다. 글로벌 시장에선 ▷인베스코 DB 베이스메탈(DBB)(12.5%) ▷미국 구리 인덱스펀드(CPER)(11.5%) ▷글로벌X 구리 채굴(COPX)(7.11%) 등이 올랐다.
구리 ETF 투자자들은 금보다 더 쏠쏠한 이익을 챙겼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금 ETF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4.76%) ▷TIGER 금은선물(4.5%) ▷ACE KRX금현물(3.1%) 등보다 높다. 또 이 기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2257달러에서 2303달러로 올라 금에 직접 투자했더라도 수익률은 2% 수준으로 구리 ETF 상승 폭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달 26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 만기) 가격은 장중 t당 1만31.50달러를 기록해 202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만달러를 돌파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리의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축과 설비, 송전 등에 두루 쓰이는 구리는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 오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중국의 본격적인 경기 재개를 앞두면서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다. 여기에 AI 데이터 처리 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 증설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구리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데이터센터향 수요는 톤당 1만2000달러까지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구리 가격은 전선 관련 업체의 투심도 자극했다. 지난달 대원전선(124%)은 두배 넘게 뛰었다. KBI메탈(83.5%), 가온전선(79.1%), LS에코에너지(59.5%) 등도 가파르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기간 급등에 소비자들이 관망세를 취하면서 구리 가격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으나 (시장)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공급 부족’ 전망이 유지되는 한 구리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은 유효할 것”이라며 구리 목표 가격은 톤당 1만1000달러 수준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투자은행에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6년 1만2000달러까지,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간 1만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