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나는 솔로’와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나솔사계’)는 출연자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솔로’를 통해 더 할 이야기가 남아있는 출연자, 다시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참가자들로 ‘나솔사계’ 출연자를 구성하는, 원작과 스핀오프 관계이기도 하다.
‘나는 솔로’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없애고 참가자들에게 사랑만을 생각하게 하는 애정촌 리얼리티라고 하지만, 자극적인 요소를 우선시하는 듯하다. 그것은 인물 선정에서 잘 나타난다. 선남선녀보다는 (자극적인 그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된) 돌싱특집을 자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 진행되고 있는 ‘나는 솔로’ 23기는 첫회 정숙에게 과거 절도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작진은 사과문을 게재하고 정숙 분량은 모두 사라졌다. 이후 정숙은 JTBC ‘사건반장’을 통해 “형법상의 죄를 저질러서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어쨌든 정숙 출연분을 편집해버리니 재미가 많이 사라졌다. 사이다의 톡 쏘는 맛이 없어졌다. 그 부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옥순-영호 등 특정 남녀의 식사하는 장면을 지루하게 계속 봐야 했고, 여성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필자는 23기 첫회를 봤는데, 정숙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활동했다. 요리를 해준 자신을 남자들이 못알아봐주자 “흑흑~”하는 장면에서는 무슨 드라마를 찍는 줄 알았다. 그만큼 정숙은 ‘오버 텐션’의 연속이었다. 제작진은 이런 과잉 캐릭터를 주연으로 끌고가려는 듯 보였다. 만약 정숙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면 아마 정숙은 23기 주인공이 됐을 것이다.
‘나솔사계’에도 자극성을 노리고 있다. 주로 ‘센 캐’들을 출연시키려고 한다. 자칭 ‘사기캐’ 22기 영숙은 두 의사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지 않고 ‘열린 결말’로 묻어두고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기로 했다며 “AS를 해준다는 소식에 빨리 뛰어왔다”고 밝혔다. 22기 영숙은 그렇다 치고, 10기 정숙을 다시 출연시키는 건 자극성의 게이지를 힘차게 올려보자는 의도로 파악된다.
역시 10기 정숙은 거침이 없었다. 남자들이 등장하자 “사타구니에서 땀이 질질질 난다”라고 말했다. ‘이게(가슴)이 원래 컸어. 할머니 G, 작은 이모가 F, 큰 이모가 E. 어마어마한 집안 내력’이 자막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건 TMI가 아니라 비방용이다.
10기 정숙은 ‘나는 솔로’에서는 집 4채, 건물 1채에 땅까지 보유한 걸로 화제를 만들더니, ‘나솔사계’에서는 외설적인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듯하다.
‘나는 솔로’가 돌싱특집인 16기 영숙의 출연 이후 연프(연애 프로그램)는 도파민 분출로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한 바 있다.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다른 말로 하면 최악의 캐릭터가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가치 판단 없이 현상으로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필자는 연애 프로그램 보는 걸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솔로’와 ‘나솔사계’는 출연자 선정부터 주의해달라는 것이다.
16기 영숙, 23기 정숙, 10기 정숙이 아니어도 다소 평범해보일 수 있는 참가자, 논란이 되는 캐릭터 때문에 분량이 줄어들 수 있는 참가자들에게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해 매력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제작진은 그런 작업에서 보람을 느껴야 할 것 같다.